롯데가 LG에 질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0.17 05: 59

역사와 전통의 라이벌, 엘지와 롯데의 맞대결에서 프로야구 4강 판도가 결정난다.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팀의 승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롯데는 이미 4강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고, LG는 4강 자력진출을 위해서는 롯데와의 17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승리 혹은 무승부가 필요하다. 야구에서 무승부가 쉽게 나오지 않는 걸 감안하면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한다. SK가 넥센전에서 패하면 LG는 자동으로 4강 진출이 확정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언뜻 보기에 동기부여가 확실한 팀은 LG다. 경기에 이겨야만 4강에 진출하는 LG, 그리고 이미 순위가 결정된 롯데의 맞대결이다. 그렇지만 롯데도 LG전에 이겨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홈팬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올해 롯데는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못해도 4강은 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중반 급속도로 무너져내렸다. 전력이 부족해서였다면 이해가 가지만 구단 내부의 균열 때문이라는 점이 실망스러웠다. 이번 주 넥센과 가진 2연전에서 롯데는 홈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2연패를 당했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17일 롯데는 자유석 무료, 지정석 1천원, 테이블석 50% 할인 등 파격적인 행사를 하는데 모처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롯데 에이스였던 크리스 옥스프링의 10승 도전이 걸려있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옥스프링은 올해 31경기에서 9승 8패 179⅓이닝 127탈삼진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팀 내에서 선발등판·이닝·탈삼진·평균자책점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승리는 고작 9승, 유독 승운이 안 따랐다. 퀄리티스타트 15번에도 불구하고 옥스프링은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옥스프링은 전 소속팀 LG를 상대로 10승 도전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탈락한 이상 누가 올라가는지는 관심 없다. 내 원래 목표인 10승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세 번째는 주전 중견수 전준우의 고별무대라는 점이다. 전준우는 올 시즌 후 군입대를 한다. 이미 이번 주 경찰청 면접시험을 치렀다. 큰 문제가 없다면 전준우는 2015년과 2016년 경찰청에서 야구를 하게 된다. 롯데에 돌아오는 건 2017년이다. 2010년 혜성같이 등장, 홈런 19개를 날리며 차세대 스타 예약을 했던 전준우는 2011년 전 경기에 출장하며 3할 타율과 득점왕을 동시에 달성했다. 비록 이후 3년은 부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5년 동안 롯데 외야를 지켰던 선수다. 군입대를 앞둔 다른 선수들은 모두 1군에서 말소됐지만, 전준우만은 17일 고별전을 위해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상대가 LG이기 때문에 설욕을 바라는 시선도 있다. 올해 롯데가 추락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계기가 된 경기를 하나 고르라면 7월 25일 잠실 LG전이다. 당시 9-1로 크게 앞서고 있었던 롯데는 4회 쏟아진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구단 고위 관계자도 "핑계를 댈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LG전에서 유독 운이 안 따랐다. 만약 그 날 우리가 이겼다면 올해 결과가 달라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LG가 4위로 올라선 것은 투타조화와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덕분이지만, 롯데는 최종전에서 꼬인 매듭을 풀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승부의 세계에서 '대충'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경기는 많은 뒷말을 남겼다. SK는 남은 2경기 전승이라야 4강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고, 두산은 이미 4강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다. 두산은 5-0으로 앞서갔지만 중반 이후 주전을 대거 교체하면서 끝내 역전패를 당했다. 해설을 맡았던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이 현 코칭스태프를 겨냥,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롯데와 LG 모두 최선을 다 하고 깔끔하게 승부에 승복하는 게 정규시즌 최종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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