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를 무시했던 과거를 후회하게 만든다. 최근의 '내그녀' 같은 '꿀재미-꿀케미'라면.
'내그녀'가 초반의 혹평을 딛고 서서히 마니아층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끌리는, 신비한 매력의 드라마 '내그녀'이기 때문. 앞으로의 전개를 알 것도 같지만, 이상하게 계속 지켜보고 싶어진다.
지난 16일 방송된 '내그녀'에서는 이현욱(비 분), 윤세나(크리스탈 분)의 러브라인이 꼬여만 가다 말미에 가서 탁 터지듯 풀려버렸다. 이미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안방극장 만천하게 드러났지만, 세나가 현욱의 여자친구의 여동생이며, 이 여자친구의 죽음 앞에 현욱도 있었다는 과거는 이 사랑을 막아섰다.

사실 뻔하고 단순한 설정이다. 이미 드라마 초기에서부터 공개된 '현욱과 세나가 이뤄질 수 없는 이유'와 이로 인해 슬픈 밀당을 하는 현욱과 세나였다. 그 사이에 세나를 좋아하는 시우(엘 분), 현욱을 좋아하는 신해윤(차예련 분)의 존재도 클리셰처럼 빠질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들의 예상 가능 범위 안의 밀당은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졌다. 거기다 현욱이 결국 세나를 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세나에게 확실한 사랑을 고백했을 때,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장면이지만 시청자들은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이처럼 '내그녀'는 클리셰를 인풋으로 하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재미를 아웃풋으로 한다. 이 같은 효과에는 비와 크리스탈의 케미가 큰 몫을 했다.
비, 크리스탈은 초반 '오글거린다'는 혹평을 이기고 상당히 잘 어우러지는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꽤 많은 나이차이를 가진 두 사람은 극 중에서도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어른인 키다리 아저씨는 망설이지만 결국 소녀에게 끌리고, 어린 소녀는 한결같이 키다리 아저씨를 향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는 인물 설정이다.
거기다 두 사람의 호연이 훌륭한 멜로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정극에서 첫 주연을 맡은 크리스탈은 기대 이상의 자연스런 연기로 선전하는 중이다. 비 또한 힘을 뺀 연기로 초반 혹평을 이겨냈다.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케미에서 이처럼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멜로는 절로 재미있어졌다. 이제 '내그녀'를 향한 차가운 시선은 거둬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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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