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시즌을 보낸 두산 베어스가 정규시즌 최종전을 갖는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으로 NC 다이노스를 불러들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NC는 정규시즌 순위가 3위로 확정됐지만, 두산은 그렇지 않다. NC에 패하고 롯데가 LG를 꺾으면 상대전적에서 롯데에 밀린 두산은 7위로 떨어진다. 6위 자리를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치기 위해서라도 꼭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잃은 것만 있지는 않다. 가을잔치 참가가 어려워진 뒤에 팀이 얻은 수확도 분명 있다. 몇몇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휴식 등으로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어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첫 기록들도 쏟아져 나왔다. 15일 잠실 SK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재우는 베테랑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장민익은 데뷔 첫 홀드의 기쁨을 맛봤다. 16일 잠실 SK전에서는 이성곤이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고, 오장훈도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안타를 신고했다. 이외에도 두산은 이현승의 다음 시즌 선발 전환 가능성을 발견했고, 최주환, 김진형 등을 지속적으로 선발 출장시키며 미래를 준비하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가 빠진 채로 시즌 막바지를 보낸 두산은 새로운 타선 조합을 시험해볼 수도 있었다. 김현수-홍성흔이 클린업을 지탱한 가운데 민병헌, 오재원도 자주 라인업에서 제외돼 여러 선수들이 테이블세터로 포진하면서 여러 가지 라인업 조합을 가동해봤다. 이런 점들 역시 다음 시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NC와의 마지막 경기 역시 풍부한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NC는 올해 선발 등판이 없는 손민한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많은 투수들이 손민한의 뒤를 이어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두산의 젊은 타자들도 다양한 스타일의 투수를 경험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경기에서 두산의 유망주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등판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투수들도 모두 투입될 수 있다. 이현승이 다음 시즌 선발 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장민익, 함덕주와 같은 젊은 좌완투수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전날 경기에도 나서지 않아 충분히 등판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꼭 챙겨야 할 것은 승리다. 1승이 추가되면 7위 추락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를 보러 온 홈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모든 경험은 소중하지만, 승리하는 경험만큼 팀에 중요한 것은 없다.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낼 1승은 2015 시즌을 위한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NC와의 자존심 싸움도 이 경기에 걸려있다. 두산은 올해 상대전적에서 NC에 7승 8패로 뒤져 있지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 8승 8패로 밀리지 않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두산의 팀 컬러를 만들었던 김경문 감독, 이종욱, 손시헌 등의 힘을 더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와의 승부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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