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사주의 아들딸과 연애하는 드라마는 자주 '대박'을 쳤다.
하지만 직장인'끼리'의 얘기는 도통 히트하기가 어렵다. KBS '직장의 신'이나 MBC '내조의 여왕'처럼 코미디 비중을 대폭 높이거나,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극대화 하면 모를까 직장인의 애환 그 자체가 TV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 사례는 없었다. 너무 공감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있으면 공감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tvN '미생'의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상당한 팬덤을 가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주로 멜로에만 반응하는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는 또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미생'의 등장인물은 모두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제일 독한 직장인들. 일상에 찌든 상사와 말도 안되는 스펙을 쌓은 인턴, 사내 정치에 이리 저리 휘둘리는 중간급 직장인들이 주요 인물들이다. 누군가의 판타지를 건드릴만한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이 '찌질한' 사람들을 TV로까지 보고 싶어할까 하는 질문은 '미생'이 제일 먼저 맞닥뜨릴 관문이 될 전망. 그동안 성공은 했지만 성격은 착한 등장인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쉽게 예측되기 어렵다.
재벌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비켜난 드라마 역시 등장인물의 판타지성은 기본 옵션이었다. 앞서 KBS '연애의 발견'에서 리얼한 연애기를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직업도 성형외과 의사, 건축회사 대표였고,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속 인물들도 기획사 대표, 아이돌스타, 작곡가 등이다.
관건은 디테일이 될 예정.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MBC '진짜 사나이'를 더 비판적으로 보고, 가요관계자들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리얼리티에 꼼꼼한 잣대를 대는 것처럼 '미생'은 시청자의 대다수일 직장인들의 높은 기대치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아주 작은 디테일도 틀리거나 과장되면, 직장인들의 불만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수 직업을 소재로한 드라마보다 훨씬 어려운 지점이다.
'미생' 측은 원작에서 드라마적 요소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전언.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의 본질적 갈등 요소를 녹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입히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웹툰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로 완전히 재창조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오상식 과장 역을 맡은 이성민은 "직장인들을 볼 때 일상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역할에 뛰어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경외심을 느끼기도 했다. 매제가 해외사업팀에서 근무하는데 이제는 대화가 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촬영과 현실 생활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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