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아쉬움 없다, 마지막 경기 이긴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0.17 17: 56

"마지막 경기, 이겨야 되는데…".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고별전을 앞두고 먹먹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 오로지 눈앞의 승부에만 집중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의 명장에게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오직 승리만이 목표였다. 2년 연속 최하위에도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와 원정경기를 앞둔 김응룡 감독은 '제자' 선동렬 KIA 감독과 원정감독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에게는 이날이 고별전. 공교롭게도 1983년 해태에서 첫 감독 생활을 시작한 광주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김응룡 감독에게 1983년 해태에서 첫 승 거둘 때를 물었다. 이에 김응룡 감독은 "지나간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 이 경기를 이기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마지막 경기인데 이겨야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다른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 말할 수 없다. 비밀이다"고 웃으며 "오늘 경기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유창식과 펠릭스 피에를 중요할 때 쓰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했다. 피에는 어깨 통증, 정근우는 옆구리 통증으로 빠졌지만 김 감독은 여차하면 둘을 쓰겠다듯 말했다.
'선수들이나 코치들에게 특별히 전한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김응룡 감독은 "내가 항상 이야기하지 않나. 똑같은 프로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나. 오히려 내가 배워야지"라며 "아쉬움은 없다. 키울 선수는 다 키우고, 내 마음대로 해볼 건 다해봤다"고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당한 모습으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이 자리에 일어서 해질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덕아웃에 찾아왔다. 허구연 위원은 "김응룡 감독님 공식 인사를 마지막으로 드리러왔습니다"라며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유니폼 입은 모습이 마지막이실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당당했다. 마음 짠해 하는 허구연 위원을 향해 김 감독은 "왜 그래. 또 몰라"라며 "나 돈 없는데 누가 돈주면…"이라는 농담으로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 경기 전 인터뷰까지 김 감독은 당당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시대의 명장답게 그는 의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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