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없었다.
선동렬 KIA 감독이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3년 간의 계약기간을 마쳤다. 선 감독의 향후 거취는 확정되지 않았다.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정확한 거취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에게 3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지난 2011시즌을 마친 뒤 전임 조범현 감독(현 kt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타이거즈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그러나 2012시즌은 4강 싸움을 벌이다 62승65패6무(.488)로 5위에 그쳤다. 2013시즌에는 1위를 질주하다 주전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51승74패3무(.408), 8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고 올해도 54승74패(.423)로 8위를 기록했다.

재임 3년 동안 마운드 조련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조범현 감독 시절 4위-3위-2위-2위였던 팀 방어율이 2012년 6위, 2013년 8위, 2014년 8위로 떨어졌다. 믿었던 에이스 윤석민이 2년간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미국으로 진출했다. 특히 3년 내내 믿음직한 소방수를 만들지 못했고 불펜진도 힘을 쓰지 못했다. 투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입지가 흔들렸다. 그러나 KIA는 해태 인수 이후 감독들이 재계약 도중에 모두 물러나는 불상사를 이번에는 끝내기 위해 계약기간을 보장했다. 더욱이 타이거즈 국보투수이자 삼성에서 2회 우승을 이끈 선 감독의 명예회복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선 감독도 배수의 진을 치고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1월 괌 전지훈련부터 부상투수들이 속출하면서 일찌감치 동력을 상실했다. 곽정철, 박지훈, 유동훈 등 믿었던 주력 불펜요원과 신인 차명진이 전지훈련 도중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고 시즌 아웃됐다. 특히 쾌조의 구위를 보였던 김진우도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강습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아 이탈하면서 마운드에 치명상을 입었고 창단 이후 최저 팀 방어율(5.83)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나마 타선은 힘이 있었으나 마운드 불안으로 인해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면서 패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특히 후반기 역전 4위 가능성이 남았지만 믿었던 타선까지 동반 붕괴되면서 추락을 거듭했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물러나게 됐다. 주전들의 줄부상과 옅은 선수층으로 야기된 타선의 부진은 3년 연속 발목을 잡은 고질병이었다.
KIA는 선동렬 감독의 거취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유임 혹은 퇴진 등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 향후 미야자키 휴가의 가을 마무리 훈련 등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거취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18일부터 1주일동안 선수단이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선감독은 가족이 있는 서울에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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