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과 자조, 쓸쓸했던 마지막 사제대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10.17 21: 42

"야구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2년이었다"(김응룡 한화 감독), "내가 무능해서 그렇다"(선동렬 KIA 감독).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최하위 한화와 8위 KIA가 시즌 시즌 최종전을 벌였다. 김응룡 한화 감독과 선동렬 KIA 감독의 마지막 사제 승부였다. 순위에서 드러나듯 타이거즈 야구를 상징하는 두 인물의 잔인한 대결이기도 했다.  승부는 5-4로 KIA가 승리했다.
두 사제는 타이거즈 역사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선동렬이 있었기에 김응룡의 영광이 있었다. 김응룡이 있었기에 지도자 선동렬도 있었다. 김응룡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9번의 우승을 달성했고 그 중심에는 선동렬이 자리하고 있다.

선동렬이 1985년 입단하면서 해태왕조가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0점대 방어율을 앞세워 86년부터 89년까지 4연패를 달성했다. 95시즌을 마치고 일본 주니치에 입단할때까지 모두 6번의 우승을 안겨주었다. 삼성에서도 감독과 수석코치, 사장과 감독으로 7년 동안 호흡을 맞췄다. 삼성에서 3번의 우승을 이루었다. 모두 영광의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2010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삼성을 떠났다. 1년의 야인생활을 보낸 선동렬 감독이 2012년부터 고향팀 KIA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응룡 감독도 2013시즌부터 한화의 지휘봉을 잡아 현장에 전격 복귀해 사제대결이 벌어졌다.  비록 적장으로 만났지만 항상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었다.
그러나 가혹한 시간이었다. 선동렬 감독은 2012시즌부터 내리 4강에 실패했다. 5위-8위-8위에 그쳤다. 김응룡 감독은 2년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올해 두 팀은 달갑지 않는 꼴찌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단 한번도 웃을 수 없었다. 제대로 외출조차 할 수도 없었던 번민의 시간들이었다.
두 사람은 시즌 최종전에서 그것도 영광의 땅이었던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경기전 선 감독은 김 감독이 야구장에 도착하자 원정 감독실을 찾아 인사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감독은 기자들이 궁금해하자 "곧 짤릴 감독들인데 뭐하러?"라며 농담을 했다. 아마도 김 감독은 거취를 포함해 제자를 걱정하는 말을 건넸을 것이다. 
선 감독과 헤어진 김응룡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경기가 두려웠다. 웃고 즐기면서 야구를 했었지만 지난 2년은 야구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다"면서 회한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동렬이는 좀 더 했으면 좋겠다"며 제자를 걱정했다. 김응룡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그에게는 제자와의 승부가 야구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다.
선동렬 감독은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3년 성적에 대해) 감독이 무능해서 그렇다"며 자조섞인 말을 했다. 지난 3년의 성적에 대한 자책이자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경기내내 말없이 3년 계약기간의 마지막 경기를 지휘했다. 두 감독은 영광의 땅에서 이런 말을 할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을까. 잔인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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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2월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김응룡과 선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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