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 레전드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처럼, LG 트윈스의 2014시즌도 종착역에 닿기 전까지 안개 속에 갇혀있었다. 최악의 시즌 초반을 극복했으나, 정규 시작 마지막까지도 LG는 피 말리는 경쟁을 치러야 했다.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음에도 모든 것을 극복했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LG 트윈스가 기적에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17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사직 롯데전에서 5-8로 패했으나, SK가 넥센에 2-7로 지면서 SK를 따돌리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로써 LG는 오는 18일 마산행 버스에 오른다.

2014시즌의 LG는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두 글자를 붙여도 부족하지 않았다. 시즌의 절반가량을 보낸 6월 7일까지만 해도 17승 33패 1무. 5할 승률에 16승이나 부족했다. 당연 순위는 최하위, 누가 봐도 이미 백기를 든 것 같았다.
하지만 LG는 6월 중순부터 조금씩 상승기류를 탔고, 한 계단씩 순위를 높여갔다. 5월 13일 LG 사령탑에 오른 양상문 감독의 말처럼 ‘한 걸음씩 뚜벅뚜벅’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마운드가 안정됐고, 타선의 응집력도 단단해졌다. 어느덧 선수들 마음 속에 자리했던 ‘좌절’이 ‘희망’으로 새롭게 피어났다. 8월 22일 잠실 KIA전에서 승리, 마침내 4위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순위가 떨어지지 않으며 자리를 지켜냈다.
결코 쉽지 않은 4위 사수였다. 특히 일방적으로 불리한 일정이 LG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9월 12일, 아시안게임 이후 일정이 발표됐는데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
LG는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가 적었기에 그만큼 잔여경기도 10경기로 적은 편이었다. 게다가 취소된 경기 중 절반 이상이 잠실구장이었다. 최상의 경우 상위 선발진만 가동해도 잔여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은 기대와 정반대였다. 10경기 중 반이 붙어있는 5연전이 편성됐다. 그것도 상위권 세 팀을 나란히 만났다. 4위 경쟁팀 SK가 똑같이 10경기를 남겨뒀음에도, 휴식하면서 2연전-3연전-1경기-1경기-3연전으로 편성된 것과 천지차이였다. 언제나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로 답하던 양 감독도 처음으로 일정과 관련해 ‘노코멘트’했다.
그런데 진짜 기적은 이 때부터였다. LG는 지옥일정서 대반전을 이뤘다. 넥센과 시리즈서 2승 1패, 그리고 NC와 삼성을 모두 꺾으며 5연전을 4승 1패로 마쳤다. 신정락이 7⅓이닝 노히트 호투를 펼치며 우려했던 하위 선발라인 투수들도 우려를 지워버렸다. 더 이상 단단할 수 없을 것 같은 타선의 응집력은 대역전승을 불러왔다.
경쟁자 SK도 LG 만큼이나 뜨거웠다. 끝까지 LG를 추격했다. LG의 승리만큼이나, SK의 승리도 짜릿하게 이뤄졌다. 두 팀이 가을잔치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경쟁을 벌였다. 서로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 놓고 웃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LG 선수단은 지난 14일 대구행 버스에 오르며 약 일주일치 짐을 쌓다. 정규시즌이 종료되자 마자 준플레이오프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일주일 후,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다음날인 21일에 잠실로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바람대로 LG는 지옥일정을 극복, 일주일짜리 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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