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LG 트윈스의 베테랑 4인방의 시계추는 멈춰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팀을 건져 올렸다. 주장 이진영(34)이 중심을 잡았고 이병규(40·9번) 박용택(35) 정성훈(34)이 함께 팀을 다잡았다. 이들이 없었다면, LG의 4위 기적도 없었다.
이진영에게 2014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길고 험난했다. 주장 선임 첫 해부터 온갖 악재가 겹쳤다. 끔찍한 불운 속에 연장전 패배가 반복됐고, 빈볼로 인한 징계까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23일 전임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 선수단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최하위로 떨어진 순위를 올리기는커녕, 당장 시즌을 치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진영은 선수들을 다잡았다. 혼란에 빠진 후배들에게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진영은 “그래도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니까 마냥 좌절할 수는 없었다. 하나씩 맞춰나가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순위표는 올스타전 후에 보기로 하고, 팀이 안정을 찾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진영의 말처럼, LG는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하나씩 톱니바퀴가 맞아나갔다. 이진영은 그라운드 내외에서 주장과 선수의 역할 모두에 충실했고, LG는 다시 하나가 됐다. 특히 시즌 막바지 3경기 연속 결승타를 터뜨리며 LG가 기적의 마침표를 찍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 이병규(9번)에 이어 LG 트윈스 두 번째 민선주장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용택은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팀이 내풍과 외풍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동요하지 않고 후배들을 이끌었다. 타순도 1번타자에서 3번타자로 변했지만, 자리를 가리지 않고 안타를 기록했다. 1번 타자로서는 정상급 출루율을 기록하며 출루머신이 됐고, 3번 타자로서는 득점권 찬스를 살리며 타점 기계가 됐다.
만화 같은 활약 속에서 통산 타율 3할도 달성했다. 부상 속에서도 외야수비에 나서며 공수에서 LG의 중심에 섰다. 후반기 타율 3할5푼4리로 LG의 순위가 상승할수록 박용택의 배트도 빠르게 돌아갔다.
정성훈 역시 팀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 15년 동안 맡아온 3루를 떠나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타순도 변했다. 중심타순에서 프로 통산 처음으로 리드오프가 됐다. LG가 공수에서 최고의 조합을 이루도록 정성훈이 움직였고, 그러면서 LG의 투타 밸런스가 잡혔다.
정성훈은 1루에 빠르게 적응했고, 적시타를 날리는 1번 타자가 됐다. 3루에서 그랬던 것처럼, 1루서도 몸을 날려 강습 타구를 처리했다. 1번 타자로서 타율 3할5푼4리 OPS .985로 최고의 리드오프가 됐다. 정성훈이 희생했기에 LG가 더 단단해졌다.
이병규(9번)는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묵묵히 후배들을 지탱했다. 다리 부상으로 약 3달 동안 1군에서 떠나있었으나, 재활에 충실하면서도 2군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참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자, 자연스레 2군 선수들도 더 열심히 훈련했다. 1군에는 없었지만, 이병규의 존재감은 구리에서 빛났다.
8월 중순 1군 복귀 후 이병규는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이후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스퍼트를 올렸다. 10월에 치른 8경기서 타율 3할3푼3리로 지난해 타격왕의 모습을 재현했다. 결정적 순간, 여전히 LG 선수들은 이병규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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