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의 시세가 아닌 큰 그림을 놓치지 마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CEO)의 투자원칙 가운데 하나다. 단기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림을 그리고 더 큰 이익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가까이 있는 나무만 보고 숲 전체는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승자의 저주일까. 지난 시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던 일부 팀들이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승자로 평가받았지만 정규리그가 끝난 지금 효과적인 투자였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돈의 역설이다.

17일 최종 4경기를 끝으로 2014시즌 정규리그 일정이 마무리됐다. 삼성과 넥센, NC, LG가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반면 롯데와 한화, KIA, SK, 두산은 2015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투자의 기준에서 봤을 때 희비가 엇갈린 팀들이 있다.
▲ 롯데의 127억…풀지 못한 1루 중복 포지션
롯데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FA 투자 금액 127억. 과연 제대로 썼을까.
롯데는 포수 강민호(4년 75억원)와 내야수 최준석(4년 35억)를 붙잡는데 110억을 투자했다. 역대 최고액 FA 계약을 맺은 강민호는 수비에서는 제몫을 했지만 공격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타율 2할2푼9리(310타수 71안타) 16홈런 40타점.
또 한 명의 주전급 포수 장성우는 끝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지 못했다. 시즌 중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는 유망주 투수를 원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카드가 맞지 않아 포수 장성우를 트레이드하지 않았다. 결국 강민호와 장성우, 용덕한 등 포수 자원은 풍부했지만 활용 폭은 적었다.
무엇보다 1루수 중복투자가 문제. 롯데는 올 시즌 최준석과 루이스 히메네스, 박종윤 등 주전급 1루수 3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먼저 FA로 데려온 최준석은 맹활약했다. 올 시즌 12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6리(371타수 106안타) 23홈런 90타점.
우타 거포 최준석의 존재에도 롯데는 기동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특히 6월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훈련 후 글러브를 발로 차면서 더그아웃을 지나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옆쪽에는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김시진 감독이 있었다. 외국인 타자 카드 하나를 제대로 활용하자 못했다.

▲ 한화의 201억…‘문제는 마운드야’
한화는 3년 연속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FA 투자 금액만 201억 3000만원. 하지만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오프 시즌에서 FA의 승자는 한화로 보였다. 보상금 포함 201억 3000만원을 투자했다.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따른 이적료를 원천으로 돈다발을 풀었다. 이용규((4년 67억))와 정근우(4년 70억)라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를 구축한 배경이다. 이어 박정진과 이대수, 한상훈 등 내부 FA도 붙들었다.
정근우는 맹활약했다. 125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5리(464타수 137안타) 6홈런 44타점 32도루. 특히 4년 만에 30도루를 돌파했고 도루 성공률(91.4%) 1위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용규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시즌 9월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을 받은 이용규는 올 시즌 줄곧 지명타자 또는 대타로 나섰다. 외야 수비 복귀로 기대를 모은 이용규. 하지만 개막전부터 경기 출장을 하며 무리해서 출전하다 재활 속도가 늦어지고 말았다.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보강하지 못한 마운드다. 투자가 필요했던 곳에는 손이 닿지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하며 최하위. 1982시즌 삼미가 기록한 6.23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악 팀 평균자책점 기록을 다시 썼다. 한화의 마운드 재건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 효과적인 투자, 삼성-NC
NC는 80억을 투자했다. 이종욱(4년 50억)과 손시헌(4년 30억)이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손시헌은 주전 유격수로 내아수비 안정을 지휘했다. 이종욱은 그의 커리어 최다인 78타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결승타 부문에서 에릭 테임즈(17회)와 나성범(12회)에 이어 팀 내 3위.
삼성은 장원삼(4년 60억)과 박한이(4년 28억) 등 내부 FA를 잡는데 성공해 전력 누수를 피했다. 장원삼은 24경기 129⅓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1로 제몫을 했다. 박한이는 타율 3할3푼1리(472타수 156안타) 9홈런 80타점으로 투자대비 효율성이 가장 높다.
투자는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손해를 보면 이익을 얻는 쪽이 있다. 손실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 사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게 먼저다. 스포츠는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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