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이 왔다. 사상 유례없는 감독 잔혹사가 예고되고 있다.
2014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지난 17일 최종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감했다. 시즌이 끝나며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물러나는 감독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껏 찾아볼 수 없는 사령탑 교체 분위기다. 하나 같이 4강 탈락팀에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4~5개팀 감독이 같은 시기 한꺼번에 바뀐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잔혹사다.
7위 롯데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김시진 감독은 최종전이었던 17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자진 사임했다. 롯데 구단은 이를 즉각 수리했고, 계약기간이 1년이 남아있던 김시진 감독은 2년 만에 낙마했다. 김 감독은 시즌 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유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김 감독은 "현장의 책임자로서 성적을 내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던 한화 김응룡 감독도 17일 광주 KIA전에서 고별전을 치렀다. 아직 구단에서는 교체와 유임 여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김 감독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못박았다. 김 감독은 "2년이 20년 같았다"고 고난의 세월을 돌아보며 항간에 나돌았던 '2+1년' 계약설에 대해서도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한화 구단도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룹 재가가 떨어지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한화뿐만 아니라 나머지 4강 탈락팀 사령탑들도 좌불안석이다. KIA 선동렬 감독, SK 이만수 감독은 나란히 3년 계약이 만료됐으며 두산 송일수 감독은 추락한 성적에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리를 안심할 수가 없다.
2년 연속 8위에 그치며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아직 차기 감독 문제를 결론짓지 못했다. 한 야구인은 "KIA는 구단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여론이 안 좋아도 구단주가 유임을 결정하면 그대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 감독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은 가운데 KIA 구단은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후반기 무서운 뒷심을 보이고 마지막 날까지 LG와 치열한 4위 싸움을 벌인 5위 SK도 결과적으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팀에서 가을야구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3년 계약이 끝나는 이만수 감독의 거취도 교체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이만수 감독도 최종전을 마친 뒤 "오늘로 계약이 만료된다. 최선을 다해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두산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에서 1년 만에 6위로 추락한 두산은 송일수 감독의 지도력이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단순히 성적을 못 낸 것을 떠나서 지난 16일 잠실 SK전 역전패에서 불거진 무성의한 경기 논란까지 생겼다. 이제 3년 계약의 첫 해를 보냈는데도 뒷말이 무성해 두산 구단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19일부터 포스트시즌 가을야구가 시작되지만 4강에 들어가지 못한 팀들에게는 먼 나라 축제일 뿐이다. 4강 탈락팀들에게는 감독 잔혹사로 대변되는 잔인한 가을만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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