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고난의 2년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패장의 멍에를 벗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김응룡(73) 한화 감독의 마지막은 한없이 작았다.
한화는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최종전에서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한화와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응룡 감독의 마지막 경기는 끝내기 패배로 끝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연패를 끊지 못한 한화는 5연패와 함께 시즌 49승77패2무 승률 3할9푼2리로 아쉽게 마감했다.
2년 연속 9위. 천하의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이 될 때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2년 동안 256경기 91승162패3무 승률 3할6푼. 한화 부임 전까지 김 감독의 통산 승률은 5할6푼5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에서 2년이 얼마나 고난의 시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부터 꼬였을까. 지난 2012년 10월 한화의 지휘봉을 잡을 때 김 감독은 "4강만 가면 해볼만하다. 에이스 류현진이 있기 때문에 단기전은 모른다"고 자신했다. 김 감독이 믿는 구석은 바로 에이스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김 감독과 인연은 취임식 때 나눈 악수가 전부였다.
17일 최종전을 앞두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김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차 한화 덕아웃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허구연 위원은 "류현진이만 있었더라면 한화도 4강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류현진이 빠진 게 얼마나 큰가"라며 쓸쓸하게 고별전을 앞둔 노감독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런 말을 누가 못해. 그런 말 하지마"라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애써 개의치 않아 했지만 속내까지 그런 건 아니었다. 지난해 개막 최다 13연패를 당하며 탈출구 없는 수렁에 빠졌을 때에도 김 감독은 "류현진 하나 믿고 왔는데…"라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스의 부재는 두고 두고 뼈아팠다.
한 번 꼬인 한화에서 감독 생활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8년의 현장 공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한화를 너무 모르고 왔다"며 시행착오를 인정한 뒤 "2년이 마치 2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고통의 연속이었다.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천하의 노감독도 고개 숙이게 할 만큼 프로 세계에 영원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 김 감독은 최종전을 앞두고 2년 회고에 대한 질문에 "지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경기 이기는 것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승부사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화는 끝내기 폭투로 허무하게 패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감독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쓸쓸히 뒤돌아서야 했다.
경기 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원정 감독실에서는 함께 고생한 코치들과 구단 프런트들이 김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들이 떠난 감독실에서 김 감독은 뒤늦게 홀로 저녁식사를 했다. 김 감독은 "경기도 졌는데 인터뷰는 무슨. 하고 싶지 않다. 다음에 하자"며 현역감독으로서 마지막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꼭 이기고 싶었던 고별전이었는데 졌다. 노감독의 승부욕은 마지막 순간까지 끓어오르는 패배의 아픔을 애써 누르고 있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