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두산 베어스는 많은 선수들을 잃었다. FA 시장에서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이 모두 빠져나갔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서도 임재철(LG), 김태영(KIA), 이혜천(NC) 등 즉시전력감을 포함해 5명이 팀을 떠났다.
투수보다는 야수 중에서 이탈한 전력이 많았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있던 야수들 중 4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기존 선수들의 분발을 통해 이적한 선수들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넥센, NC 못지않은 방망이를 뽐냈던 팀이 두산이었다.
야수들 가운데 가장 괄목할 성장을 보인 것은 민병헌이었다. 시즌 내내 이어진 맹활약으로 국가대표 1번타자 자리까지 꿰찬 민병헌은 올해 타율 3할4푼5리, 12홈런 79타점 16도루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우려했던 이종욱 공백은 없었다. 오히려 두산의 1번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백업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정수빈도 한 시즌을 훌륭히 보내며 막강한 외야 라인의 중심축이 됐다. 무엇보다 팀 내 유일의 전 경기 출장이라는 훈장이 정수빈의 가치를 말해준다. 후반기 크게 끌어올린 타율은 3할6리가 됐고, 6홈런과 32도루 모두 자신의 한 시즌 기록 중 가장 좋다.
김현수는 꾸준했고, 오재원은 수준급 2루수에서 국가대표급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이원석이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새로운 주전이 필요해진 3루에는 최주환이 급부상하고 있다. 타격에서는 2할8푼, 4홈런 31타점으로 준수해 수비만 향상된다면 주전으로 손색이 없다.
투수 중에서는 유희관이 확실한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중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빠짐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며 시즌 초와 막판 팀을 지탱하는 호투를 이어갔다. 12승 9패, 평균자책점 4.42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고, 177⅓이닝으로 리그 전체에서 토종 최다이닝 투수가 되기도 했다.
불펜에서는 젊은 좌완 2명이 1군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 희망이다. 고졸 2년차인 함덕주는 31경기나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4.44로 선전했다. 장민익도 10월 8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괜찮았다. 특히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시즌 초 불펜에서 활동했던 이현승은 가을에 접어들어 선발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다음 시즌에는 선발이 될 후보다.
아직 시간이 짧아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천 베어스파크가 완공되어 퓨처스 선수들이 개선된 환경에서 훈련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은 2014년에 두산이 실현한 좋은 일 중 으뜸으로 꼽힐 부분이다. 향후 베어스파크에서 쏟아져 나올 유망주들이 잠실 그라운드를 수놓을 때 즈음에는 두산의 2014년이 베어스파크를 만든 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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