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이 3년 계약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재계약 여부다. 시즌 막판 보여준 성과 덕에 재계약 여론도 다소간 일고 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과의 한계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린 이만수 감독도 후회가 없을 만한 시즌임은 분명해 보인다.
SK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2-7로 지며 올 시즌 5위가 확정됐다. 이날 4위 싸움을 벌이던 LG가 롯데에 패해 만약 SK가 승리를 거뒀다면 극적인 역전 4강이 가능했으나 스스로 무너지며 입맛을 다졌다. 후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주며 치고 올라온 SK였지만 마지막 한 경기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SK도 중요했지만 이만수 감독에게도 사뭇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2011년 감독 대행을 거쳐 2012년부터 정식으로 SK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3년 계약이 끝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감독으로서는 재계약을 위해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4강에 진출해야 뭔가의 성과를 남길 수 있고 그래야 재계약 확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는 경기에서 졌고 시즌은 끝났다.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201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이었던 SK는 지난해 6위로 추락했다. 이 감독의 선수단 운용에 대한 비난이 빗발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올 시즌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정근우가 FA를 선언하며 팀을 떠났고 외국인 선수들의 운은 유독 없었다. 여기에 윤희상 박희수 박정배 등 주축 투수들은 물론 몇몇 타자들까지 부상에 시달리며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불화, 그리고 조인성 트레이드로 대변되는 몇몇 프런트와의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에 자존심도 많이 상했던 이 감독이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까지 책임을 진다는 굳은 신념하에 불편한 속내를 꾹꾹 눌러 내리면서 마지막까지 왔다. 코칭스태프들에게 많은 권력을 이양하며 한 발 물러섰고 후반기 들어서는 선수단 내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살아나며 마지막까지 4강 경쟁을 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후반기 들어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감독은 17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8위를 석 달 동안 했는데도 경질을 당하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다. 프로는 냉정한 곳인데 그럼에도 구단주께서 끝까지 믿어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도 만족한다는 감회로 보였다. 그런 후련함 때문이었을까.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가 끝나 올 시즌 5위가 확정되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성준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격려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밝은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다면 재계약 가능성은 있을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 감독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드러냈다. SK 구단은 최종전 이전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적이고 신중한 입장이다. 마지막까지 4강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만큼 결정을 유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어느 쪽이든 선택은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26일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한다. 이 캠프를 지휘할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 장고를 거듭할 여유가 없다.
구단 내부의 논의를 거쳐 재계약 포기가 결정된다면 곧바로 새 사령탑을 임명할 예정이다. 이 경우 SK는 두 발표를 동시에 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사령탑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전임 감독에 대한 배려 차원도 있다. 만약 재계약을 결정한다면 좀 더 빠른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이만수 감독으로서는 재계약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킨 한 해, 그리고 지도자로서 성장한 한 해로 2014년을 추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만수 감독은 “최선을 다했고, 미련은 없다”라고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