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 선발을 홀로 떠받쳐오다시피 한 선수는 좌완 앤디 밴 헤켄이다. 그러나 우완 헨리 소사가 없었더라면 시즌 2위라는 성적은 없었을지 모른다.
소사는 지난 17일 목동 SK 와이번스전에서 6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소사는 팀 타선이 초반부터 활발하게 터지면서 7-2로 승리, 여유롭게 승리를 챙기며 시즌 마지막 등판을 승리투수로 장식했다. 그의 시즌 10번째 승리였다.
소사는 이날 승리로 10연승을 달리며 10승2패로 승률왕을 차지했다. 팀 동료인 밴 헤켄(.769)을 뛰어넘은 8할3푼3리의 승률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올 시즌 5월에 대체 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소사의 10승 달성과 승률왕 등극은 개인 뿐 아니라 팀에도 큰 의미가 있다.

올 시즌 소사는 20번의 선발 등판에서 12번의 퀄리티 스타트에 그쳤다. 5실점 이상 경기는 4번이나 됐다. 그러나 그 4번 중 패전은 2번에 불과했다. 7월 3일 롯데전에서는 6이닝 8실점하고 승리 요건을 갖추기도 했다.
소사가 패전을 줄이며 승률을 높일 수 있었던 데는 그가 가진 이닝 소화 능력과 리그 최고의 팀 타선이 큰 역할을 했다. 리그 1위의 득점력을 가진 넥센은 타선이 상대 선발에 막혀도 불펜에서 점수를 뽑아낼 때까지 마운드에서 버텨줄 선발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해낸 투수가 소사였다. 소사가 어떻게든 버티면 타선이 점수를 뽑으면서 패전을 없앴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소사는 시즌 말미 7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찾았다. 많이는 던지는데 실점도 많은 이미지를 완전히 벗으며 무서운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염경엽 감독이 소사의 어설픈 변화구를 묶어버리면서 직구,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의 위력이 살아난 것도 그의 변신을 도왔다.
소사는 2012년 9승8패, 2013년 9승9패로 한국 무대를 떠났다가 올 시즌 다시 돌아왔다. 그가 처음 넥센에 왔을 때 "버린 선수를 재활용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소사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있었기에 소사의 능력이 한껏 발휘될 수 있었다. 그의 10승은 그래서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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