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김시진, 2년 만에 틀어진 '잘못된 만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10.18 08: 08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이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롯데는 본격적으로 후임감독을 물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감독은 17일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2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 오늘 경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혔다. 2012년 11월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으로 사인을 했던 김 감독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게 됐다. 김 감독은 일본으로 야구 연수를 떠나며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년 전 김 감독의 선임 소식이 알려졌을 때 야구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성적과 선수육성 두 가지가 감독의 큰 역할이라고 봤을 때 롯데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었다. 김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잡기 직전이었던 2012년 롯데 구단 전임 대표이사는 "20년 동안 우승을 못한 건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롯데 구단 안팎은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때문에 감독으로서 우승 경력이 없었던 김 감독의 선임은 파격이었다. 롯데 구단측은 "우승을 위해서는 투수력이 강해야 하는데, 명투수 조련사로 이름 난 김 감독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 감독이 롯데에서 보낸 2년 동안 성적과 투수육성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롯데와 김 감독의 만남은 애초에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분위기가 구단 주변에서 감지된다.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점잖은 김 감독이 롯데라는 정글에 떨어진 격"이라는 말로 이들의 만남을 정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야구계에 소문난 신사다. 감독들 가운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꼽자면 김 감독이 맨 앞자리에 선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감독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강단있는 성격이 필요하다. 선수기용 등 감독의 가장 기본적인 권한에까지 영향을 주려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 양승호 감독은 이 점에 대해 강하게 맞섰다. 구단 최고위층 관계자가 '특정 투수를 쓰지 마라, 라인업을 이렇게 짜면 어떻게 하느냐' 등 선수기용에 간섭을 해 오자 "내가 누구를 쓰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말아달라. 우승하라고 날 영입한 것이니 만약 우승 못 시키면 스스로 옷을 벗겠다"고 선언을 했다. 실제로 양 감독은 2011년 정규시즌 2위, 2012년 플레이오프 진출 등 성과를 내고도 자진사퇴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강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롯데와 넥센은 분위기가 달랐다. 넥센에서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선수육성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롯데는 성적이 우선이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까지 조급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어떤 이유가 있었든 김 감독은 롯데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며 책임을 졌다. 이제 공은 구단 쪽으로 돌아갔다.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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