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발은 새로운 여행의 설렘 만큼 산뜻했다.
박주영(29, 알 샤밥)이 데뷔전서 데뷔골을 터트리며 비상했다. 1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살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7라운드 알 힐랄과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짜릿한 1-0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나이프 하자지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골대 구석을 노리는 날 선 오른발 슈팅으로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알 샤밥은 이날 상대인 알 힐랄과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이던 중이었다. 박주영의 골로 승점 3점을 추가한 알 샤밥(승점 19)은 단숨에 알 나스르(승점 18)까지 제치고 단독 2위에 올라 선두 알 이티하드(승점 21)를 바짝 쫓게 됐다.

박주영은 그간 해외에서 오랜 시간 부침을 겪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프랑스 리그1 AS 모나코에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낸 뒤 2011년 여름 본인이 꿈의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전은 고사하고 컵대회서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볼튼과 리그컵서 터트린 골이 아스날에서의 유일한 골이었다.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에서 임대를 전전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 하락, 경기력 부족 등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설상가상 재기를 노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서도 부진하며 갈 곳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 알 샤밥이었다. 올 6월 아스날과 계약이 만료된 박주영은 지난 1일 알 샤밥과 1년 계약을 확정지으면서 3개월 만에 새 둥지를 찾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름 여를 기다린 박주영은 사우디아라비아 무대 데뷔전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귀중한 승리였다. 감춰져 있던 킬러 본능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알 샤밥도 박주영의 천금 결승골 덕에 단숨에 2위로 도약하며 선두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사우디 여행의 첫 출발은 산뜻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런 좋은 흐름을 시즌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느냐다. 제2의 축구인생의 서막을 연 박주영이 절치부심, 부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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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샤밥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