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배려없는 롯데, 구단도 책임져야 한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10.18 11: 52

#1. 4위 경쟁이 치열하던 8월의 어느 날. 롯데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치들을 불러 놓고 수십 장의 인쇄 용지를 집어던졌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 김시진 감독에 대한 비난 댓글을 모아 놓은 문서였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코치들에게 "뭐가 문제인지 한 번 찾아보라"고 호통쳤다. 이는 감독을 겨냥하는 행동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시진 감독의 기분은 어땠을까.
#2. 14일 롯데-넥센전이 열리기 전 사직구장. 롯데 구단의 한 관계자와 지역 방송의 한 라디오 해설위원은 1루 덕아웃 앞에서 캐치볼을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이들은 "커터의 위력이 뛰어나다"는 등 덕담(?)까지 주고 받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롯데의 모 코치는 그라운드 옆에서 노크 배트를 들고 골프 스윙 연습을 했다. 김시진 감독이 덕아웃에 앉아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예의와 배려는 조금도 없었다. 롯데 구단의 행태는 선을 넘은 지 오래. 김시진 감독이 자진 사퇴를 선언한 17일까지도 그랬다.

김시진 감독은 이날 LG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언론에 나온 대로 오늘 경기가 마지막 경기다. 원래는 오늘 경기 후에 사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미 보도가 나온 만큼 경기에 앞서 말하게 됐다. 오전에 최 대표님을 만나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은 롯데와 3년간 총액 1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으나 2년 연속 4강 탈락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 놓기로 했다. 잘 알려진대로 구단과의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측근 코치의 경질과 좌천은 김시진 감독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리고 김시진 감독은 "현장 책임자로서 팬분들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했다. 성적을 내야하는데 그 부분을 못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퇴를 하는 데 있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다. 2년 동안 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승부의 세계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외형상 자진 사퇴로 비춰질 수 있으나 사실상 경질과도 다름없다. 배재후 단장의 한 마디는 가관 그 자체. 그는 "경질이 아니고 사임이다. 잔여 연봉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하지만 롯데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김시진 감독을 차갑게 내몰았다.
롯데의 2년 연속 4강 탈락. 1차적 책임은 김시진 감독의 몫이다. 전장에서 패한 장수가 져야 하는 게 당연지사. 그렇지만 프런트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저 '나는 모르는 일'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신상필벌'이라는 사자성어처럼 구단 고위층 가운데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는 없다. 예의와 배려도 없는 구단 수뇌부 또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임원은 권한도 크지만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건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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