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하는 서태지, 여전히 멋있어..2만5천명 열광 [종합]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18 20: 26

호박이 입을 벌리고 루돌프가 하늘을 날면 신나는 일레트로닉 음악이 파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랩을 하는 서태지는 여전히 멋있었다.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컴백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은 서태지가 준비한 가장 화려하고, 신나는 팬서비스였다.
1시간 30분 여동안 총 19곡의 무대가 준비된 이 공연은 공연 중 최고라할 수 있을만큼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는 히트곡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짜고, 동화 한가운데 와있는 듯한 무대 연출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컴백홈', '교실이데아' 등 골수팬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백미가 준비됐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2만 5천여명은 지난 5년간의 공백을 보상이라도 받는듯 계속 이어지는 히트곡 퍼레이드에 잠시도 몸을 쉬지 않았다. 보통 이 경기장을 찾는 수보다는 적었지만, 곡이 끝날때마다 함성은 못지 않게 뜨거웠다.
이날 무대는 곧바로 본론으로 돌입했다. '모아이'로 문을 연 콘서트는 아이유가 곧이어 등장해 서태지와 '소격동' 듀엣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 시켰다.
아이유의 퇴장을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이 흘러나왔다. 댄디한 옷차임으로 무대에 선 서태지는 신나는 전자음에 몸을 맡기고 맘껏 몸을 흔들었다.
처음 말문을 연 한동안 울컥하는 듯 하더니  "너무 오랜만이죠. 5년만에 제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있는 여러분 보니까 좋네요, 그냥. 너무 좋아요"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남탕이야?"라며 부쩍 많아진 남성 관객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여러분한테 너무 미안해서 여러분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곡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이번 공연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은 그 다음부터 알 수 있었는데, 몸이 채 풀리기도 전에 '시대 유감'이 흘러나왔다. 
새 앨범 수록곡 세 곡을 선보이곤 곧바로 '너에게'로 넘어갔다. 그는 "이번 음반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일이 많았고, 재밌는 일도 있었다. '응답하라 1994 봤죠. 여러분 얘기. 어렸을 때 그 노래 참 좋아했죠. 그 노래가 지금 와서 또 한번 사랑 받았어요. 여러분 생각도 많이 났고요. 여러분 꼬마 시절, 들었던 '너에게' 오리지널 버전 들려드릴게요"라며 무대를 이어갔다.  
이 노래를 부르는 서태지의 미성은 그대로였고, '그냥 고마울 뿐야'라고 내레이션 하는 특유의 말투도 그대로였다.
팬서비스는 계속됐다. '널 지우려 해'. '인터넷 전쟁' 등 익숙한 곡들이 연이어 나왔다. 지난 5년간 몸이 근질근질했을 팬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신곡은 총 4곡 공개됐다. '숲속의 파이터','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 '나인티스 아이콘' 모두 '크리스말로윈'의 연장선상에서 신나는 일레트로닉 음악에 독특한 멜로디가 결합된 음악이었다.
특히 '나인티스 아이콘'에 앞서서는 "한물간, 별 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드립니다"라고 곡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깔끔한 사운드였다. 대형 야외 공연장인 종합경기장은 그동안 여러 대형 가수들이 무대에 섰으나 사운드 울림, 메아리 현상 때문에 음악을 즐기기엔 무리가 많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서태지는 울림 현상을 완벽하게 잡아내면서 집중도 높은 야외 공연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폴 바우만(Paul Bauman)이 참여한 음향 설비는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남을 총 130대에 달하는 메인 스피커가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무매도 예쁘게 꾸며졌다. 80m 길이의 웅장한 무대와 무대 위에 입을 벌린 호박, 객석 위로 날아가던 루돌프 떼까지 동화 콘셉트에 맞춰 통일감있게 연출됐다.
후반부는 그야말로 팬서비스 결정체였다. 그동안 그가 이렇게 히트곡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짠 적은 거의 없었다.
'해피엔드'를 지나 '컴백홈' 무대에서 그 반가움은 절정에 달했다. 바스코와 스윙스의 지원사격을 받은 이 무대에서 서태지는 갱스터랩을 소화하며 팬들의 향수를 잔뜩 자극했다.
'교실이데아', '하여가' 무대는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였다. 강렬한 랩을 쏟아내는 서태지의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었는데, 주경기장을 순식간에 90년대로 돌이킨듯 예전 그대로 모습을 재현했다.
이날 공연에는 신화의 이민우, 정려원, 심은진 등 서태지 키드 스타들이 다수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rinny@osen.co.kr
서태지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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