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좌완 이혜천(35)이 다시 팀의 가을을 위해 뛴다.
NC는 오는 19일부터 마산과 잠실을 오가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를 벌인다. 70승 1무 57패의 성적을 거둬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NC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LG와의 승부에서 3승을 먼저 따내면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도 올라갈 수 있다.
이혜천은 팀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갔다. 정규시즌을 치르며 던진 이닝이 18이닝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3.00으로 성적은 좋았다. 특히 8월부터는 15이닝 동안 자책점이 단 2점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탈삼진 15개로 이닝 당 1개꼴로 삼진을 잡아냈다.

NC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얘기가 다르다. 김경문 감독은 나라 안팎에서 숱한 위기들을 헤쳐 온 경험이 재산이다. 선수 중에서는 SK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호준, SK의 라이벌이던 두산에서 김경문 감독과 함께했던 이종욱, 손시헌, 이혜천 등이 있다.
이들이 주축이 된 팀 분위기는 과거 어떤 강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헤천은 “우리 팀은 남들이 부러워할 분위기를 갖고 있다. 선수들이 잘 뭉치고, (이)호준이 형, (손)민한이 형 등 베레랑 선수들이 잘 이끌어준다”고 설명했다. 외부에 알려진 대로 노장 선수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팀의 장점이다.
이혜천은 분위기메이커인 동시에 좌타자 킬러로 몫을 해줘야 한다. 일본에서 복귀한 뒤 계속 부진했지만, 올해 8월부터는 완전히 부활한 모습이다. “8월에 올라오면서 마음이 바뀐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볼이 좋아진 것보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그게 지금도 정말 크다”며 이혜천은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혜천이 원하는 것은 LG 좌타라인 봉쇄보다 후배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이혜천은 “재미있게 선수들을 웃겨주면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팀이 연패를 하거나 할 때는 더 의도적으로 활발하게 하려고 계획할 때도 있다”는 말로 팀 승리를 위해 마운드 밖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긴장감이 지나치면 큰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 이혜천을 덕아웃에서 움직이게 하는 이유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진지하게 임해야 하지만, 너무 진지하면 오히려 경기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혜천의 생각.
눈에 보이지 않는 이혜천의 가치는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높다. 이혜천은 “엔트리에 들어가게 된다면 내 몫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도울 것이다. 경험이 있으니 후배들을 도우면서 단기전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운드에서 잘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베테랑으로서의 비중이 80%라고 생각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덕아웃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혜천의 기분 좋은 미소가 NC 벤치 전체에 전달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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