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부상 악재’ LG, 누군가는 미쳐야 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19 06: 21

1차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부상 악재가 찾아왔다. 베스트 9 가동이 불가능해진 만큼, 예상보다 더 힘든 싸움이 됐다.
LG 트윈스가 주전 2루수 없이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 들어간다. LG 관계자는 18일 준플레이오프 엔트리가 발표된 후 “박경수가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느끼고 있다. 선수 보호차원에서 이번 엔트리서 제외됐다”고 박경수의 불참을 알렸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인 사직 롯데전에서 타격 중 다리에 공을 맞았다. 출루 후 바로 황목치승과 교체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큰 부상이 되고 말았다.
박경수는 올 시즌 타율 2할2푼8리에 그쳤지만, 시즌 후반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올라섰다. 8월부터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타율 2할8푼9리 출루율 4할1푼3리로 2번 타순에서 공격 흐름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2루 수비에서 독보적이다. 시즌 중반 박경수가 타격 부진에 빠졌을 때 김용의와 황목치승이 2루수로 선발출장하기도 했으나, 수비에서 박경수와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LG가 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최소실점으로 상대를 꺾는 팀인 것을 염두에 두면, 박경수의 공백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엔트리를 보면, 김용의와 황목치승, 그리고 김영관도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내야수가 다 포함된 셈이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김용의와 황목치승 둘 중 한 명이 깜짝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미친 선수’가 돼야한다. 확률을 적지만 지난해 주전 2루수였던 손주인을 2루에 놓고, 3루에 김영관을 선발출장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김영관이 미쳐야 한다.
2번 타순 공백으로 전혀 새로운 타선을 짤 수도 있다. 가령 1번 타순 오지환-2번 타순 정성훈 같은 테이블세터진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이 경우에는 오지환이 미쳐야한다. 장타력과 빠른 다리를 겸비한 오지환이 꾸준히 출루한다면, LG 공격력은 무섭게 향상된다. 실제로 오지환의 올 시즌 타율은 2할6푼2리에 그쳤으나, 장타율 .413 도루 28개를 기록했다. 멀리 타구를 보내면서도 꾸준히 베이스를 훔쳤다. 
박경수의 공백을 메우는 부분 외에도 미쳐야할 선수가 있다. 양상문 감독과 주장 이진영이 입을 맞춰 지목한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다. 시즌 타율이 고작 2할1푼에 불과한 스나이더지만, 헤드샷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소총부대 LG에 대포가 생긴다.
스나이더는 지난 7월 24일 KIA전에서 머리에 공을 맞았는데 이 경기까지 타율 3할2푼1리 OPS .930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골반 부상까지 겹치며 타율 1할6푼7리 OPS .597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부상에서 돌아왔으나 12타수 1안타로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부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조금 작은 마산구장에서 스나이더가 어제 '빅뱅' 이병규 선수처럼 치기를 바라고 있다. 홈런 2, 3개는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전부터 꾸준히 “스나이더가 언젠가는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며 스나이더의 대한 기대를 드러내곤 했다. 이진영도 “스나이더가 큰 일을 낼 것 같다. 최근 연습만 봐도 방망이에 공이 맞고 있다. 맞히기만 하면 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큰 것을 기대할만 하다. 얼마 전 렌즈를 바꿨다는데 좀 일찍 바꿨어야 했다”고 웃었다. 
마운드에선 신정락의 역할이 크다. 좌완 선발투수 에버렛 티포드를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을 보면, 신정락의 선발 등판을 예상할 수 있다. 양 감독은 전날까지 신정락의 보직을 놓고 고민했으나, 신정락이 지난 6일 잠실 NC전 노히트급 투구를 재현해 주기를 기대하기로 했다. 만일 신정락이 오는 20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면, LG는 선발투수 리오단과 우규민에게 5일 이상의 휴식을 주고 각각 3차전과 4차전에 올릴 수 있다. 선발진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
신정락은 18일 미디어데이에 앞서 “NC를 상대로는 작년에도 잘 했고, 올해도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잘 던졌다”며 “내 의지는 지난 NC전에서 노히트를 포기하는 모습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노히트에서 채우지 못한 아웃카운트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채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흔히 포스트시즌은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팀이 이긴다고 한다. 부상 악재를 맞이한 LG가 ‘미친 선수’의 등장으로 포스트시즌서도 정규시즌의 기적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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