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괜찮아 사랑이야', '유나의 거리', '룸메이트'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여살기'다. '홈 셰어', '셰어하우스'라고도 불리는, 타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대체 가족으로 사는 모습이 요즘 TV를 통해 자주 전파를 탄다. 1인 가구의 문제점을 보완한 '홈 셰어' 증가라는 현실과 아무래도 맞닿아 있다.
대중에게 '모여살기'에 대한 매력, 혹은 환상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은 지난 해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94'. '하숙'을 통해 한 집을 공유한 이들의 집단 생활을 정감있고 아름답게 포장했다. 각기 다른 지방에서 온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살뜰히 보살폈고, 이들 중 몇명은 결국 '진짜' 가족이 됐다.

인기리에 지난 9월 종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는 각자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들의 모여살기를 보여주며 아픈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넸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환자와 의사였고, 결국 마음의 상처를 괜찮게 하는 것은 사람이였다.

또 다른 작품이 있다. JTBC '유나의 거리'는 또 다른 모습의 모여살기다. 직업, 나이, 성격까지 천차만별인 사람들과 전직 소매치기범인 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착한 남자가 사는 다세대 주택의 모습은 복닥거리지만 따뜨
'서울의 달'을 쓴 작가 김운경식 서민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이 작품에는 소매치기, 건달, 꽃뱀, 호스트, 콜라텍 사장, 일용직 노동자 같이 가까이 하기 꺼려지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지만 '서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그들은 같은 공간 속에서 복닥거리면서도 따뜻하게 살아간다. 모든 사람은 아픈 상처가 있고, 그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예능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셰어하우스는 주된 장르처럼 보인다. 지난 4~7월 올리브에서는 아예 제목이 '셰어하우스'란 방송이 전파를 탔다. 한 집에서 사는 주거 형태에서 연예인은 일반인처럼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는 모여서 '같이 산다'라기 보다는 '같이 놀기'다. 세대와 직업이 뒤섞인 연예인들이 한 데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친구를 초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기 보다는 함께 놀며 서로 알아간다.
19일 방송에서 이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웃기는 데 집중했다. 재연 연기를 펼치고 가수들은 춤추고 노래했으며, 옛 시절을 추억하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했다. 타인들이 모여 함께 뭔가를 하는데, 드라마 보다 생생하지만 깊이는 덜하다.
사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탓에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에는 갈등과 마찰이 더 클 수도 있지만, TV는 '힐링'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현실에서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크다. 그러나 TV는 '여럿이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설정 속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말한다. 실상은 마냥 행복한 일상은 아니겠지만, 함께라서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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