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꿈을 이뤘다. 윤석영(24, 퀸스 파크 레인저스)이 유럽 무대 진출 1년 8개월여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을 치렀다. 리버풀을 상대로 물 만난 고기 마냥 그라운드를 누비며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켰다.
윤석영은 19일 밤(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서 열린 리버풀과 EPL 8라운드 홈경기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QPR은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2-3으로 석패했다. 후반 22분 리차드 던의 뼈아픈 자책골 뒤 후반 42분 바르가스의 동점골로 균형을 이룬 QPR은 종료 1분 전 쿠티뉴에게 추가골을 내준 뒤 추가시간 바르가스의 천금 헤딩 동점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콜커의 자책골이 나오며 2-3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꿈의 무대였다. 윤석영은 지난해 1월 전남 드래곤즈에서 QPR로 이적했다. 출전은 난망했다. 소속 팀의 강등 속 챔피언십(2부리그) 무대서도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해 10월엔 돈캐스터 로버스로 잠시 임대를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올 해 2월 다시 QPR에 합류해 8경기에 출전하며 승격에 일조했다.

올 시즌 출발도 가시밭길이었다. 발목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단 한 차례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장밋빛 미래는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그러나 QPR이 리그 7경기서 1승 1무 5패, 꼴찌에 머무르며 윤석영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해리 레드냅 감독은 전날 훈련서 윤석영을 레프트백으로 시험하며 선발 출전을 예고했다. 그리고 리버풀의 공격진을 막아설 한 축으로 윤석영을 선택했다.
떨릴 법도 했다. 하지만 준비된 윤석영은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수장의 기대에 200% 보답했다. 레프트백으로 나와 공수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라힘 스털링을 완벽에 가깝게 막아냈다. 빠른 발을 가진 스털링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동료 수비수와 협공을 펼치며 발로텔리도 막아냈다. 영리한 위치 선정과 깔끔한 태클 등으로 둘의 발을 묶었다. 홈팬들도 윤석영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보내며 새 얼굴의 활약을 반겼다.
본업인 수비 뿐 아니라 공격 본능도 맘껏 뽐냈다. 전반 12분 르로이 페르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까지 침투한 것과 전반 37분 글렌 존슨을 앞에 두고 헛다리짚기 후 왼발 크로스를 올리는 장면이 그랬다. 하지만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보완점을 남기기도 했다.
절치부심, 1년 8개월여를 기다린 윤석영이 데뷔전 만점 활약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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