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의 아픔을 포스트시즌서 되갚는 것인가.
가을에도 LG 트윈스의 기적은 멈추지 않고 있다. LG는 19일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13-4로 대승,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정규시즌 4위 전쟁서 승리한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1회부터 집중력을 발휘해 NC 선발투수 이재학을 조기 강판시켰고,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하며 쉽게 첫 경기를 따냈다.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2.6%, 더 큰 기적을 바라보고 있는 LG가 첫 단추를 가볍게 맞췄다.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역시 상대 에이스를 무너뜨린 게 가장 크다. 이전까지 LG와 이재학은 천적관계였다. LG가 있었기에 이재학이 지금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재학 커리어에서 LG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두산 소속이었던 이재학의 첫 1군 경기 출장이 2010년 6월 15일 LG전이고, 첫 승도 같은 날에 나왔다. 첫 선발승은 2013년 4월 11일 잠실 LG전인데, 이날 NC 또한 1군 첫 승을 거뒀다. LG전 통산 성적은 11경기 56이닝 7승 2패 평균자책점 3.21. 통산 21승 중 3분의 1을 LG전에서 가져갔다.

때문에 NC가 이재학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시킨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비록 이재학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상대전적에서 워낙 좋았다. 특히 좌타자가 많은 LG에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마구였다. 이재학은 춤추듯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올 시즌 LG와 5번 맞붙어 4승 1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만큼 LG는 절치부심했고, 가장 큰 무대서 이재학에게 악몽을 안겼다. 1회초 선두타자 정성훈의 2루타를 시작으로 박용택의 볼넷과 이병규(7) 이진영 김용의의 적시타가 터지며 이재학에게 패닉을 선사했다.
경기 후 LG 양상문 감독은 이재학을 공략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선수들이 정말 대비를 잘했다. 경기 전 전력분석 시간에 이재학이 빠른공과 체인지업 두 가지만 던지는 투수니까 각자 자신 있는 거 하나만 노리고 빠르게 승부하기로 했었다. 오늘은 체인지업이 평소보다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그러면서 우리의 계획대로 이재학을 상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단기전에서 1차전 선발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시리즈가 4차전 혹은 5차전까지 갈 경우, NC는 다시 이재학을 마운드에 올린다. LG의 1차전 이재학 공략은, 후에 다시 만날 이재학과의 승부서도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LG는 이재학 다음으로 마주할 선발투수에게 다시 한 번 복수혈전에 들어간다. NC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 찰리 쉬렉은 이재학처럼 LG를 상대로 승을 많이 쌓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렬한 한 방을 LG에 먹였다. 지난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7탈삼진 3볼넷 0피안타 무실점으로 한국프로야구 통산 첫 외국인투수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찰리 홀로 LG 타자들에게 치욕을 안겼다.
때문에 LG 타자들은 2차전 역시 1차전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설 것이다. 노히트노런 이후 찰리는 두 차례 더 LG전에 마운드에 올랐는데 당시에도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이제 LG 타자들은 약 4달이 지체된 복수를 가장 큰 무대서 이루려한다. 찰리가 올 시즌 후반기 평균자책점 5.49로 부진했던 점, 그러면서 1차전이 아닌 2차전 선발투수로 밀린 원인을 집중분석하며 필승전략을 세울 것이다.
한편 LG는 정규시즌서도 NC에 복수하는 그림을 만들어갔다. 6월 25일까지는 LG가 상대전적 1승 7패로 NC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특히 시즌 초인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잠실 3연전 전패는 LG에 치명타가 됐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경기가 꼬였고, 스윕패를 당하면서 LG는 최하위로 추락했었다. 하지만 6월 26일부터 LG는 NC전 7승 1패로 대반전에 성공했다. 양 팀이 정규시즌 상대전적 8승 8패로 균형을 맞춘 가운데, LG가 준플레이오프를 가져가면 복수혈전이 완성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