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양상문의 역발상’ 가을에도 '미러클 LG'?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10.20 13: 01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포스트시즌서도 기적을 계획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최하위부터 4위까지 올라간 것처럼, 포스트시즌에선 한국시리즈를 바라본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단 두 차례(1992년 롯데, 2001년 두산) 밖에 없었던, 준플레이오프 진출 팀의 대반전을 재현하려 하는 것이다. 
양 감독은 19일 NC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무리한 투수교체, 무리한 대타는 없을 것이다. 멀리보고 가려고 한다. 더 큰 계획을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5할도 맞추지 못하고 올라온 것도 맞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온 만큼 우승을 노려야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물론 역사만 돌아봐도 확률은 낮다. 준플레이오프로 시작한 팀이 우승한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준플레이오프 경기들을 돌아보면 무리하게 많이 투입하다가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서 무너지더라”며 “페넌트레이스와 너무 다르게 운용하는 게 크게 이익이 되지는 않는 듯싶다. 포스트시즌이라고 교체 타이밍이 특별히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발상이다. 보통 포스트시즌의 경우, 한 경기 결과가 시즌 종료와 직결된다. 정규시즌과 달리 한 경기 패배는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모든 팀들이 총력전을 펼친다. 마무리투수를 8회에 등판시키는 경우도 많고, 선발투수 두 명을 붙여서 나오게도 한다. 에이스 투수가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를 때도 있다. 컨디션이 좋은 불펜투수는 거의 매 경기 등판하고 긴 이닝을 소화한다.
하지만 양 감독은 정반대 노선을 택했다.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운드 운용으로 포스트시즌 종착역인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본다.
양 감독은 NC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의외의 사고가 터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불펜진을 돌렸다. 4회까지 호투하던 선발투수 류제국이 5회말 선두타자 모창민을 상대하다가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대기조차 하지 않았던 불펜진을 가동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러자 양 감독은 윤지웅과 신재웅으로 NC의 반격을 차단했다.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와 내야진을 불러 모았고, 돌발 상황에 직면한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이후 양 감독은 불펜진 점검에 들어갔다. 마치 정규시즌처럼 여유를 보였다. 물론 점수차가 많이 났지만, 작은 물결 하나가 폭풍으로 변하는 게 야구다. 대부분의 경우,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선승을 의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신재웅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양 감독은 신재웅의 투구수를 19개로 끊었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 네 명 역시 10개 혹은 20개 내외로 투구수를 한정시켰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포스트시즌 실전을 통해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실제로 양 감독은 1차전을 마친 후 “제국이가 헤드샷으로 인해 퇴장당하는 사고가 나왔지만, 덕분에 불펜투수를 점검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불펜투수들을 끊어서 마운드에 올려 컨디션 조절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번에 던진 게 불펜투수들로 하여금 다음 포스트시즌 경기서 당황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서도 불펜진의 가용폭을 넓히고, 특정 투수의 혹사를 막을 계획이다. 불펜투수 모두가 필승조 역할을 한 정규시즌처럼, 포스트시즌에도 투구수와 이닝수를 관리해 최적의 컨디션에서 등판시키려 한다. 감독으로 맞이하는 첫 포스트시즌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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