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한 두 드라마에서 두 미남 배우가 주목을 받고 있다.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의 주원과 tvN ‘미생’의 임시완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이미 많은 원작 팬을 거느린 두 작품에서 각각 주인공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 팬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원작 속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높은 이미지와 연기력은 극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주원은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주인공 차유진 역을 맡아 냉미남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차유진은 클래식 음악에 미쳐 있다시피 한 천재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설내일(심은경 분)을 밀쳐내는 듯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마처럼 그를 챙겨주는 다정한 면모가 있는 인물.
차유진의 원작 캐릭터는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남자 주인공 치아키 신이치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작품 자체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2006년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가 주연한 드라마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 이 드라마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꾸준히 이어져 2009년 영화화 되는데도 일조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우에노 주리와 타마키 히로시였다. 때문에 수년간 마치 자신의 캐릭터인 듯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을 연기해 온 일본 배우들의 존재감과 특유의 연기 스타일이 한국판 주인공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주원의 캐스팅은 드라마 제작 초반만 하더라도 여자 주인공 심은경의 캐스팅에 비해 다소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워낙 믿고 볼만한 연기를 하는 배우인데다 여주인공 노다메 캐릭터가 강한 탓에 드라마 관련 이슈는 한국판 노다메는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몰려있었다.
베일을 벗고 보니 먼저 쏟아진 것은 주원에 대한 칭찬이었다. 만화 뿐 아니라 일본 드라마에서 치아키 역은 매우 샤프하면서도 냉정한 느낌이 강했다. 다소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갖고 있는 주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했고, 누가 봐도 차갑고 까칠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전작인 ‘굿닥터’ 속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자폐 의사는 온데간데없고 지휘자의 꿈을 가진 냉정한 천재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원의 차유진은 타마키 히로시의 치아키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큰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있는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주원 못지않게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찬사를 받고 있는 이는 임시완이다. 임시완은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았다. 장그래는 바둑 프로 입단에 실패해 현재는 고졸 낙하산으로 종합상사에 들어가게 된 20대 인턴사원. 윤태호 작가의 동명 만화를 드라마화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인공 장그래다.
임시완은 지난해 제작된 모바일 영화 ‘미생 프리퀄’에서도 장그래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역을 맡은 그는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에 많은 성장을 이룬 만큼 안정적인 모습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는 중이다. 임시완의 연기에서 돋보이는 것은 다소 불안한 위치에서 사회생활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주인공 장그래의 내면을 담담하지만 공감 가는 모습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점. 이는 대사 처리 능력 뿐 아니라 사회생활의 고단함 속에 위축돼 있는 장그래의 심리를 눈빛과 표정 등으로 잘 살려내는 연기력의 힘이 크다.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임시완의 캐스팅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그는 임시완의 연기에 대해 "열네 살된 내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함을 보일 때 짠한 마음이 있는데 임시완에게서 그런 연민이 느껴진다.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듯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뒷모습을 볼줄 아는 배우"라고 표현하며 극찬했다. 원작자의 칭찬에서도 알 수 있듯 임시완은 장그래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읽고 소화하고 있다.
두 배우의 변신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싱크로율 높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이 끝까지 호흡을 이어가며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 넘는 완성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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