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첫공개, 아들을 위한 설경구의 원맨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20 17: 26

영화 '나의 독재자'는 설경구의 영화다. 그리고 설경구의 극 중 캐릭터는 아들을 위해 절절한 연기를 펼친다.
20일 오후 서울 롯데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나의 독재자'는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신선한 설정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질 지 궁금증을 모으지만, 베일을 벗은 '나의 독재자'는 결국 부성(父性)에 관한 이야기다.
"내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 김일성이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설경구가 과연 김일성과 얼만큼 닮은 싱크로율을 자랑할까가 가장 먼저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영화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설경구와 김일성은 외모는 거의 닮지도 않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이다. 아버지 상근이 김일성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들이다. 아들을 위해 살고 싶고, 아들에게 최고의 연극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 영화는 아들을 위한 한 아버지의 원맨쇼라고도 할 수 있다. 
김일성 캐릭터에 몰입하다 결국 그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성근 역 설경구는 젊은 시절 아버지의 풋풋한 모습에서 반쯤 미쳐 보이는 노인의 모습까지, 세대를 관통하며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연기에 대한 능력이 상당한 배우라 할지라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배역. 중요한 것은 김일성이 아닌, '김일성 역'이라는 사실인데 설경구는 역시 이 지점에서 재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김일성과 실제 본인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부성 가득한 인물이 격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연극을 좋아하는 평범한 중년 남자가 김일성이 돼 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을 김일성이라 믿는 단계까지 오는 동안, 설경구의 연기에서 깜짝 깜짝 감탄을 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설경구의 1인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가진 아들 태식 역 박해일이 섬세하게 감정을 흔든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천하장사마돈나', '김씨표류기'를 만든 이해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류혜영 등 출연, 30일 개봉.
nyc@osen.co.kr
'나의 독재자'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