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달’ 정병국, 얼마나 뛰어난 슈터인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21 06: 20

치열한 프로농구에서 슛 하나로 먹고 사는 선수가 있다. ‘슛의 달인’ 정병국(30, 전자랜드)이 주인공이다.
인천 전자랜드는 20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홈팀 서울 삼성을 85-79로 제압했다.
가장 중요한 4쿼터에 정병국은 8득점을 쏟아내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정병국은 10개의 슛을 쏴서 7개를 림에 꽂았다. 대부분이 외곽 슈팅이었음에도 적중률이 70%였다. 3점슛도 고비 때마다 5개를 던져 3방이 림을 흔들었다.

▲ 슈팅으로 팀을 구하는 ‘특급 소방수’
문태종, 조성민 등 프로농구에 뛰어난 슈터는 많다. 하지만 벤치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슈팅으로 팀을 구할 수 있는 선수는 정병국이 유일하다. 슈터는 예민하다. 공의 촉감, 손톱의 길이, 그날의 컨디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슈팅 성공률을 좌우한다. 처음부터 몸을 풀고 나오는 주전보다 갑자기 투입되는 후보 선수는 슛감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렵다. 다만 정병국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유도훈 감독은 “정병국은 벤치에 앉아 있다가 투입 되서 1초 만에 슛을 던져야 하는 선수다. 본인의 장점이다. 득점을 해야 될 곳에서 해주는 선수다. 공격이 안 풀릴 때 활용한다. 수비력이나 리바운드에서 약점은 있지만 클러치 능력을 갖고 있어 공격에서 활용한다”고 밝혔다. 정병국의 정확한 슈팅이 수비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프로농구에서 이만큼 감독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슈터가 몇 명이나 있을까.
경기 후 만난 정병국은 이 정도 슈팅 성공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요즘 슛감은 계속 좋았다. 슛 찬스가 나면 던지는 자신감이 있었다. 감독님도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포웰과 2 대 2도 2년 동안 호흡을 잘 맞춰왔다”면서 웃었다.
▲ 엄청난 적중률과 클러치 능력
상대팀 입장에서는 정병국의 슈팅이 참 아프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지막지한 성공률로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정병국은 프로 데뷔 후 3점슛이 항상 40%를 상회했다. 외곽슛 위주로 득점함에도 야투율이 50%에 육박했다. 자유투는 당연히 80%를 넘긴다. 지난 시즌 정병국은 3점슛 44%를 기록했다. 거의 두 개 당 하나씩 꽂는 수준이다.
정병국은 가장 중요할 때 터지는 클러치슈터다. 삼성전 4쿼터에 정병국은 2점슛 한 방, 3점슛 두 방을 100% 성공시켰다. 삼성의 추격이 거셀 때마다 찬물을 끼얹었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 법이다. 올 시즌 공인구가 스타에서 나이키로 바뀌었지만 정병국의 슈팅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초반에 안 좋게 생각는데 적응하니 바뀐 공이 더 좋다”며 웃었다.
3라운드 출신인 정병국은 피나는 노력으로 단점보다 장점을 부각시킨 경우다. 특히 외국선수를 앞에 두고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 슛이 백미다. 슈팅이 좋다고 칭찬하자 정병국은 “슛 연습은 어렸을 때 많이 했다. 요즘 비시즌에 어느 정도 던지고 시즌 때 감만 잡는다. 페이드 어웨이 슛은 많이 연습한다. 3점보다 2점슛을 페이드 어웨이로 쏜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이현호는 “병국이가 현재로서 제일 좋은 슈터다. 볼터치는 국내에서 제일 좋다. 솔직히 많이 연습도 안하는데 타고 났다. 문경은 형은 정말 무빙슛을 대놓고 쐈다. 병국이도 쏠 수 있는데 자제하는 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병국의 활약은 자신만의 장점을 가진 프로선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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