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에 제대로 한 방 맞았다. 줄임말과 은어를 쓰며 한글을 해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사랑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장기하가 출연해 '해외 진출을 포기하더라도 우리말 가사만 쓰고 싶은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질문으로 모국어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가장 주가된 내용은 단연 한국어. 외국인들이 국내에 거주하며 한글을 배우며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했고, 이 이야기들은 한국인에게도 신선한 내용이었다. 이들이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 할 수록 모국어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깨달음이 됐다.

터키 출신인 에네스는 "한국 사람은 한국어를 사랑하고 변형되지 않게 지켜야 한다. 언어가 흔들리면 민족이 흔들린다. 은어를 쓰다보면 후손들이 그 말을 배우고, 결국에는 전통성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외국인들이 에네스의 말에 동의했다. 벨기에 줄리안은 "한국말은 정말 재미있다. 우리가 듣기에는 한국말이 색다르게 해석이 되기도 한다. 굳이 노래에 영어를 섞어 넣지 않아도, 한국말 자체로 좋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줄리안의 말처럼 국내 대다수의 가수들이 노래에 영어를 넣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말을 영어처럼 운율을 넣어 노랫말을 만들기도 한다. 이에 샘은 싸이를 빗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말이 많지만, 전세계적으로 흥행했다. 그러나 영어가 섞인 '행오버'는 잘 안됐다. 한류 진출을 위해 영어를 쓴다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패널들의 뜻을 모은 결과 이날 '비정상회담'은 역대 최저의 비정상 투표를 얻기도 했다. 일본 타쿠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모국어로만 노랫말을 만들어도 충분히 괜찮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은어나 줄임말로 인한 한글 파괴 역시 각국의 사례를 들어봤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깨닫게 했다. 그 나라의 문화가 깃든 것이 언어인데, 근간이 흔들리면 결국 부정적인 미래가 올 것이라는 패널들의 열띤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 교훈을 줬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이들만큼 정석으로 한국어에 다가간 이들은 없기에, 이날 이들의 주장과 토론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
이날 게스트로 참여한 장기하는 국내 가수 중 한국말로만 가사를 꾸미는 독보적인 존재다. 장기하는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노래 한 곳을 나지막히 들려줬는데, 예쁜 한글 가사에 줄리안은 눈물을 보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외국인들과 한국말을 사랑하는 장기하에게 배운 한글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goodhmh@osen.co.kr
비정상회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