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나의 독재자', 이해준 감독은 왜 또 자장면일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21 08: 31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해준 감독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자장면' 얘기다.
20일 오후 서울 롯데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나의 독재자'는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렸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들을 위한 무명배우 성근(설경구)의 부성(父性) 절절한 인생의 연극이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영화다.
이 와중 눈에 띄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자장면이다. 이해준 감독은 전작 '김씨 표류기'에서도 자장면을 꽤 '심도 있게' 등장시킨 바 있다.

2009년작 '김씨표류기'에서 주연배우 정재영의 '자장면이 희망이다'라는 극 중 대사는 유명하다. 실제로 자장면은 극 중 밤섬에 표류한 김 씨의 희망을 담는 소재로 이용됐다. 정재영과 이해준 감독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과 함께 자장면을 먹는 이색 이벤트를 진행했을 정도였다.
특히 '김씨 표류기'에서 자장면 배달원이었던 배우 박영서가 '나의 독재자'에서도 역시 자장면 배달원으로 깜짝 출연하는 연관성을 지니며 일면 한국적인 문화를 상징하는 '자장면'에 의미를 담은 모습이다.
다만 '나의 독재자'에서는 자장면 외에도 대사로 탕수육, 양장피 등이 등장하는데 이 음식들은 성근이 자신과 자신이 연기하는 김일성 사이에서 정체성에 손상을 입는 과정 속 증오를 발산하는 핵심 장치다. 성근이 '후덕한' 김일성의 외모를 만드는 데도 이 자장면이 한 몫한다.
"내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주석 김일성이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이는 성근의 자장면은 우리 아버지와 맞닿으면서 슬픈 정서를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족'이다. 아버지 상근이 김일성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들이다. 아들을 위해 살고 싶고, 아들에게 최고의 연극을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가 이중적 의미의 자장면 한 그릇에 담겼다.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키우기 위해 자장면을 먹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류혜영 등 출연, 30일 개봉.
nyc@osen.co.kr
'나의 독재자', '김씨 표류기'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