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가 될 것 같았던 1순위 선수가 ‘계륵’이 됐다. 리오 라이온스(27)가 초보감독 이상민(42)에게 시련을 안기고 있다.
서울 삼성은 20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에 79-85로 패했다. 3승 1패의 전자랜드는 단독 2위를 고수했다. 삼성(1승 4패)은 창원 LG와 함께 공동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상민 감독은 키스 클랜턴을 선발로 세웠다. 그는 기대에 보답하듯 골밑에서 전투적인 움직임으로 21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의 추격이 거세던 4쿼터에 클랜턴은 리카르도 포웰을 상대로 10점을 몰아쳤다. 유도훈 감독이 테렌스 레더의 투입 시점을 조금만 놓쳤다면 삼성이 역전승을 할 수도 있었다.

라이온스는 11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2쿼터에 덩크슛과 3점슛 두 방으로 추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골밑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숫자가 우세한 속공상황에서 라이온스는 성급한 3점슛을 시도했다. 슛이 불발되자 이상민 감독은 뒷목을 잡고 교체사인을 냈다. 라이온스는 자신보다 11cm 작은 리카르도 포웰이 수비를 하는데도 골밑에서 자리도 잡지 못했다. 아예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원래부터 라이온스는 외곽위주 공격을 하는 빅맨이다. 삼성도 그런 성향을 알고 뽑았다. 다만 웬만한 외국선수는 한국에서 골밑공격을 주문해도 대체로 따르는 편이다. 더구나 라이온스는 신장의 이점도 있다. 하지만 라이온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라이온스 입장에서도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니 죽을 맛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팬들도 “차라리 한국무대서 검증된 데이비드 사이먼을 뽑지 그랬냐”며 성토를 하고 있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김준일과 이동준이 있으니 상황을 봐서 라이온스를 아예 3번으로 빼버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라이온스의 장점을 살려 써먹겠다는 의지였다.
라이온스의 3번 변신이 실패할 경우 삼성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국선수를 바꾸든가 트레이드해야 한다. 하지만 라이온스의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트레이드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1순위 외인을 바꿀 경우 스카우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도 온전히 삼성이 져야할 몫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클랜턴의 적응이 순조롭다는 것. 연습경기부터 클랜턴은 국내선수와 유독 호흡이 좋았다. 패스와 보드장악력이 좋은 클랜턴이 뛸 경우 국내선수들도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클랜턴은 송창무의 숨겨둔 공격본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상민 감독은 “라이온스가 공을 많이 끄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으로 팀이 죽는 경우가 있어 주전에서 뺐다. 클랜턴이 들어가면 유기적이다. 클랜턴 쪽을 초반에 많이 썼다”고 밝혔다. 앞으로 클랜턴과 호흡이 좋은 송창무의 투입을 고려해볼만한 시점이 됐다.
이제 삼성은 라이온스의 3번 변신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절치부심한 라이온스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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