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뿐 아니라 함께 한 배우들 자신에게도 이것은 축복받은 결합이 아닌가 싶다. 설경구와 박해일, 조진웅과 김성균 등 충무로 대표적 연기파 배우들이 유쾌한 앙상블 연기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설경구와 박해일이 부자(父子) 연기를 펼치는 영화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와 조진웅, 김성균이 형제로 분한 ‘우리는 형제입니다’(장진 감독)가 일주일 차로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네 배우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이들인 만큼 일명 ‘남남케미’라 부르는 남자 배우들 간의 호흡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감이 큰 상황.
◆ 진짜 형제 같은 조진웅-김성균

두 영화 중 먼저 개봉하는 쪽은 ‘우리는 형제입니다’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어린 시절 헤어졌다 30년 만에 극적으로 만난 목사 형과 무속인 동생이 만난 지 30분 만에 어머니를 잃어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느와르 장르였던 ‘하이힐’ 이후 다시 자신의 주특기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장진 감독의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조진웅과 김성균은 극 중 각각 미국으로 입양된 후 목사가 돼 한국에 돌아온 형 상연, 고아원에 홀로 남겨져 무속인으로 성장한 동생 하연 역을 맡았다. 지난 1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이 영화는 장진 감독 특유의 코미디가 살아있다는 평과 함께 이를 살린 두 배우의 연기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정확함보다는 ‘교포 느낌’을 살려 실감나는 조진웅의 영어 연기와 김성균의 사투리 연기가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중심 축.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난 형제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어울림은 외모부터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비록 동생 하연 역을 맡은 김성균은 영화에서도 노안(?)으로 인해 조진웅의 형이란 오해를 받아 웃음을 주지만, 실제 두 사람은 4살 차이가 나는 형 동생 사이로 스크린 밖에서도 친밀함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언론시사회에서 김성균과의 호흡에 대해 "(영화를 찍으며)진짜 내 동생이 생긴 것 같은 생각이다"라며 “호흡은 누구하고 비교할 거 없이 정말 데뷔 때부터 작업을 했기 때문에 사석에서도 우리끼리 만나 이런저런 얘기 하고 같이 하면서 즐거웠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랫동안 함께 해 남다른 우정을 지닌 두 배우의 형제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 이질감 없는 9살차 아버지와 아들 설경구-박해일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일주일 후 개봉하는 ‘나의 독재자’는 남북정상회담 김일성 대역 배우로 뽑혔다가 20년이 지난 후에도 스스로를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성근(설경구 분)과 그런 아버지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 태식(박해일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설경구와 박해일은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 실제 두 사람은 부자 연기를 하기엔 9살 차밖에 나지 않는 사이. 그럼에도 스크린 속 모습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약 20년의 세월을 커버하기 위해 그 힘들다는 노인 분장을 소화한 설경구와 여전히 소년처럼 앳된 외모로 철없는 아들 역에 녹아 든 박해일의 연기력 덕분이다. 두 배우는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흐르는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이는 관객들이 부자간의 오해를 허물고 화해로 나아가는 영화의 주된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앞서 설경구는 지난 20일 언론시사회에서 박해일과의 연기에 대해 “박해일을 보면 애기 같은 느낌이 난다. 아들 같은 느낌이 있다"며 "이 나이대의 박해일이 아닌 다른 배우였으면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 박해일이어서 수월했다”고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박해일 역시 “설경구 선배가 갖고 있는 어떤 품이 내 실제 아버지랑 비슷한 부분들이 있더라. 외적인 것일 수 있고 일부분일 수 있는데 그게 긍정적으로 다가와 아버지처럼 믿고 하게 됐다. 무리가 없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남남케미’ 대격돌의 최후 승자는 어느 쪽이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오는 23일, ‘나의 독재자’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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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 '나의 독재자'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