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스토리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한석규, 이제훈 두 배우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이 큰 희열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은 깊은 갈등이 대면할 때 묘한 쾌감을 준다.
한석규는 극 중 자신의 권력을 위해 아들까지 위협하며 광기를 드러내고 있고 이제훈은 한석규의 압박에도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는 상황. 지난 21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 10회분에서도 영조(한석규 분)와 이선(이제훈 분)의 숨 막히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한석규와 이제훈은 각각 영조와 이선에 완벽하게 연기를 펼치고 있다. 매 장면 레전드라고 불릴 만큼 거칠지만 섬세하게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눈빛과 발성 모두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한 모습이다. ‘실제 영조와 이선이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영조는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들 이선에게 누명을 씌어 옥에 갇혔던 상황. 그러나 영조는 김택(김창완 분)에게 맹의와 진범을 바꿔오라 명령하고 김택은 박문수(이원종 분)에게 진범과 맹의를 바꾸자고 거래, 김택이 강필재(김태훈 분)를 죽인 진범인 아들 김무(곽희성 분)를 맹의와 거래했고 곧 김무가 잡혔다.
하지만 김무는 살인을 사주한 자가 김택이 아니라고 거짓말 했고 사주한 자가 김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선은 분노했다. 이선은 김무를 설득하고 회유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끝까지 배후가 김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영조는 급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실 별것 아닌 사건이었다”며 이선에게 국무에 집중하라고 했다. 동궁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이선은 불현 듯 신흥복(서준영 분)이 남긴 맹의 사본을 떠올렸고 영조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일부러 문서를 언급했다. 결국 영조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폭발했고 “애비 말을 뭘 로 들은 게냐. 다 끝난 사건을 왜 자꾸 들추는 게야. 썩 물러가라”라고 소리쳤다.
영조와 이선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그 속은 엄청난 갈등과 분노로 가득하다. 그리고 한석규와 이제훈은 그러한 영조와 이선의 관계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석규가 분노하면 이제훈은 움츠러들고 이제훈이 그를 자극하면 한석규는 당황해한다. 서로 으르렁 대고 싸우는 순간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대놓고 으르렁 대고 싸우는 것보다 더 소름 끼칠 정도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한석규와 이제훈의 강약조절이 더욱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것.
이선이 영조가 맹의와 관련돼 있다는 걸 알게 돼버린 이상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될 것을 예고한 가운데 한석규와 이제훈이 펼칠 연기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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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비밀의 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