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인해 이득을 본 쪽은 1차전 대패를 당한 NC 다이노스 뿐이 아니다. LG 트윈스 또한 100% 전력을 가동하게 됐다. 이틀 동안 내린 비가 LG 선발진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혈투를 펼친 후유증을 씻어줬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LG 선발투수 코리 리오단은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애초에 리오단은 20일 2차전에 내정됐다. 이전 등판인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 투구수는 83개. 평소보다 적은 공을 던지긴 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선 공 하나에 대한 중압감이 다르다. 리오단은 정규시즌서 4일 휴식 후 3차례 마운드에 올라 평규자책점 1.50으로 강하긴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또 다른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리오단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잠실구장을 얻게 됐다. 21일에도 내린 비로 인해 이틀 연속 선발 등판이 불발, 2차전 선발투수가 우규민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리오단은 24일 잠실에서 열리는 3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리오단의 잠실구장 성적은 20경기 122⅔이닝 8승 6패 평균자책점 3.23. 반면 잠실구장 외 원정경기 성적은 8경기 45⅓이닝 1승 4패 평균자책점 5.96다. 플라이아웃이 많은 리오단의 잠실구장 등판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단 격이다.

리오단 대신 2차전 선발투수가 된 우규민은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 투구수가 45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없다. 우규민은 “지난 롯데전에선 날씨도 춥고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경직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를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규민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10월 20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한 바 있다.
리오단과 우규민의 올 시즌 NC전 평균자책점은 각각 0.60, 2.70. 정상 컨디션에서 등판하는 만큼, 호투를 펼칠 확률도 올라갔다.
류제국도 비로 인해 시간을 벌었다. 24일 4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데 지난 19일 1차전서 63개의 공을 던진 후 5일을 쉬고 나온다. 5회초 첫 타자 모창민을 상대로 의도치 않은 헤드샷 퇴장을 당했으나, 4회까지 투구내용은 NC 타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자신감을 갖고 다시 NC 타선을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5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면 총력전이다. NC전 7⅓이닝 노히트를 기록한 신정락이 선발 등판하고 모든 투수들이 대기한다.
양질의 불펜진도 여유 있게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치른다. 1차전 10개, 혹은 20개 내외로 몸을 푼 불펜투수들은 2차전에서 누구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다음날이 이동일이기 때문에 3차전도 부담이 없다. 선발투수가 5이닝만 던져도 불펜의 힘으로 경기를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양상문 감독 역시 NC가 선취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우리는 선취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1, 2점을 앞서가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시즌 중 역전승도 많았다. 우리 불펜투수가 좋기 때문에 중후반 승부가 가능하다"며 "NC 불펜진도 좋지만 불펜진의 힘만 놓고 보면 우리가 조금 낫다고 본다. 게다가 뒤에 (신)정락이가 버티고 있다. 오늘까지 정락이는 불펜에서 대기한다. 그만큼 실점을 해도 빅이닝만 내주지 않으면 된다. 먼저 점수를 내줘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불펜 투수들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LG는 정규시즌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기적을 썼다. 팀 평균자책점이 내려갈수록, 순위는 올라갔다. 6월까지만 해도 최하위였던 팀이 두 달 만에 4위로 올라섰다. 단비를 맞은 LG가 NC와의 남은 준플레이오프서도 최소실점에 의한 승리를 따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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