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선언한 가운데, 선수단의 중심이 될 주장 자리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2년간은 홍성흔이 김진욱, 송일수 전 감독을 보필하는 주장 임무를 수행했다. 주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으면서도 개인 성적도 빼어났다. 홍성흔은 2년 동안 타율 3할7리(916타수 281안타), 35홈런 154타점을 누적하며 중심타선의 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주장이라는 부담을 벗고 한 명의 팀원이 되어 새로운 주장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김태형 감독에게 주장이 바뀔 것 같은지 묻자 김 감독은 “그러지 않아도 자칭 주장인 선수가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주장을 자처하고 나선 선수는 바로 오재원이었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 예비 FA인데도 주장을 자청했다. 성흔이와도 통화를 해봤는데, 재원이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했다. (주장을 맡으면) 잘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대졸 9년차에 접어들기에 캡틴이 되기에도 적합한 나이다.
올해 110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출루율 4할4리에 33도루로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다한 오재원은 선수단의 중간 위치에서 선후배를 아우르는 위치가 됐다. 다른 구단의 사례를 봐도 야수 중 최고 연장자보다는 중간급 선수들 중에서 주장이 많이 배출된다.
오재원이 새 주장이 된다면, 홍성흔의 부담은 다소 줄어든다. 김 감독은 “성흔이도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두, 세 가지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장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정도만 돼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한 가지’는 바로 야구다. 선수단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야구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는 노장 선수들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하겠다고 한 방침과도 일치한다. 김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훈련 프로그램을 알아서 짤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다”라는 말로 훈련 양에 있어서도 베테랑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김 감독은 “주전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말한 베테랑에 대한 예우가 주전 보장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대신 자유롭게 선택한 만큼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게끔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어려운 자리를 맡겠다고 선뜻 나선 오재원이 있어 두산은 차기 주장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게 됐다. 다가올 시즌 팀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오재원이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홍성흔의 방망이도 더 가볍게 돌아갈지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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