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으로 하려는데 막혀서 왼손으로 바꿨어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1, 샬럿 호네츠 구단주)은 현역시절 오직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플레이(Signature Move)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수비수를 피한 뒤 슛을 올려놓는 ‘더블 클러치’(Double Clutch Shot)였다. 긴 체공시간을 이용해 마치 공중에서 춤을 추는 듯한 그의 동작은 농구보다 예술에 가까웠다.
1991년 NBA 파이널에서 조던의 시카고 불스는 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첫 우승에 도전했다. 2차전에서 조던은 18개의 야투 중 15개를 꽂으며 33점, 7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대활약을 펼쳤다. 이날 조던은 야투를 13개 연속으로 꽂을 정도로 수비가 불가능한 선수였다.

특히 13번째 슛이 백미였다. 외곽에서 공을 잡은 조던은 골밑으로 파고 들어 오른손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이 때 수비수가 블록슛을 시도하자 조던은 공을 왼손으로 넘긴 뒤 리버스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체공력도 엄청났지만, 찰나의 시간에 손을 바꾼 판단력이 놀라웠다. 결국 조던은 4승 1패로 매직 존슨을 넘고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에어 조던’ 신화의 시작이었다.
조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KBL에서도 멋있는 장면이 나왔다. SK의 김선형은 21일 KGC전 4쿼터에서 멋진 더블클러치를 성공했다. 주희정의 패스를 받은 김선형은 그대로 골밑으로 돌진했다. 이 때 최현민이 막아섰다. 김선형은 당황하지 않고 왼손에 공을 바꿔 쥐고 멋지게 몸을 비틀어서 슛을 쐈다. 백보드를 맞춘 공은 멋지게 스핀을 먹어 림으로 쏙 들어갔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김선형은 2쿼터 자신보다 신장이 좋은 박찬희를 앞에 놓고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신장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김선형이 갈고 닦은 무기였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김선형은 단신선수로 살아남는 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왔다. KBL에서 한층 자신있게 고급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경기 후 김선형에게 더블클러치의 비밀을 물었다. 그는 “세계무대서 더 크고 더 빠른 선수와 하다가 KBL로 오면서 좀 더 여유가 있어요. 그래도 워낙 상대가 날 잘 알아서 내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슛도 자신 있게 봐야 해요”라고 밝혔다.
과연 김선형은 처음부터 왼손으로 슛을 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공중에서 판단을 하고 마음을 바꾼 것일까. 궁금했다. 김선형은 “오른손으로 하려는데 막혀서 왼손으로 바꿨어요. 대학교 때 나이키 볼을 썼어요. 스타볼은 스핀을 주면 위로 뜨는데, 나이키볼은 확 꺾이거든요. 대학교 때 생각하면서 했더니 잘 먹히더라고요”라면서 씩 웃었다.
생각한 플레이를 바로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아무리 조던이라도 피나는 노력으로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실전에서 쓸 수 있다. 김선형도 마찬가지였다. 중앙대시절 더블클러치 등 개인기를 연마한 것이 프로에서 자기 기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선형은 “주로 레이업슛을 연습하다보니 그런 기술이 나온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프로농구에서 물론 승패는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선수라면 관중을 위해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은 기술을 발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선형의 플레이는 입장권 가격을 치르고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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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