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에게 한국시리즈의 키플레이어를 묻자 '국민타자' 이승엽(38)을 꼽았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이 열린 22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잘 치느냐 못 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상 첫 통합 4연패의 쾌거를 이루기 위해 그의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판단.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으로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냈던 이승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의 각오로 파격에 가까운 변화를 꾀했다. 속된 말로 가족 빼고 다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 이승엽은 타율 3할8리(506타수 156안타) 32홈런 101타점 83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국민타자의 명성을 되찾았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날 무렵 "이승엽의 부활은 감독인 내 입장에서도 뿌듯하다. 이승엽은 이승엽의 이름값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한다. 작년과 같은 성적이 이어졌다면 본인도 힘들었을 것이다. 올해 정말 잘 해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승엽의 이번 한국시리즈 화두는 명예 회복.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타율 1할4푼8리(27타수 4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다 보니 통합 3연패의 순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당시 그는 "후배들의 활약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내 이름을 되찾겠다"고 독기를 품었다.
그는 "작년엔 내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못하면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잘했기 때문에 더더욱 우승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시리즈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해서 1차전 첫 타석 때 자신감있게 타격을 하겠다. 아무도 못한 통합 4연패 꼭 하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서는 한 방이 중요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승엽의 활약이 더욱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이승엽을 키플레이어로 꼽은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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