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이 '삼천포'를 벗고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으로서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과 함께다.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30년 동안 헤어졌다 극적으로 상봉한 두 형제가 30분 만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잃어버렸던 형제애를 찾아가게 되는 휴먼코미디. 극 중 김성균은 형 상연(조진웅)과 30년 만에 극적 상봉했지만 30분 만에 엄마(김영애)를 잃어버리는 동생 하연으로 분해 코믹 본능을 발휘한다. 23일 개봉을 앞두고 김성균을 만났다.

# '삼천포' 부담은 자연스럽게 씻어
지난 해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캐릭터 '삼천포' 이후 선택이 쉽지 않았을 터.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출연하게 된 과정과 이유에 대해 물었다.
"대본이 왔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응답하라 1994'를 하고 다시 뻔뻔하게 악역을 턱 하니 하며 '나 악역 전문이예요'라고 하는 것도 삼천포를 좋아해주신 분들에게 좀 그런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계속 다른 작품에서 대학생 역할을 할 수는 없지 않나요.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자연스럽게, 30대 중반의 내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였어요. 무엇보다도 엄마, 형제 코드가 너무 좋았죠."
'응답하라 1994'가 영화 분야에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응답하라 1994' 전에는 잠깐 나오는 분량에도 강한 뭔가를 보여주고 사라지는 이미지를 많이 원하는 거 같더라고요. 그 때는 '이런 역할들로서 생명력 있게 길게 갈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는데, '응답하라 1994' 이후 '우리는 형제입니다' 같은 영화 캐릭터가 들어와서 마냥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 막상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리고 주연이니까 '어떡하지? 잘 되야 하는데'란 부담이 확 드네요."
그래도 조진웅이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먼저 형이라 듬직하고, 그리고 연기 선배라고 해서 격식있는 사이가 아니까 굉장히 편안하고 좋다고. "책임의 무게를 혼자도 안 짊어져도 되니까 너무 좋아요. 동생이라 좋은 거 같아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면 되니까요. 하하."
이번 홍보 활동을 위해 예능도 경험한 그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나갔던 그는 "조진웅에게 엎혀갔다"라며 "다들 말을 끊이지 않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쉬운 게 아니예요. 끊임없이 뭔가를 얘기해야 하니까. 저 같은 사람은 절대 못 하는 곳이예요."

# 장진 감독은 선망의 대상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여러모로 장진 감독의 초기작을 생각나게끔 하는 영화다. 김성균 역시 이에 동의했다. 장진 감독과의 첫 작업. 그 소감을 묻자 "신났다"라고 대답했다.
"우리 또래 연극을 하던 젊은 사람들은 장진 감독이 선망의 대상이었어요. 지방에서 '오이디푸스' 같은 고전을 하는데, 서울에 장진이란 연출가란 사람이 하는 연극에서는 막 배우들이 무대에서 날라 달라고 하지 말라는 게 없더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연극하면 45도로 서라. 살짝 곡선으로 돌아라, 등을 보이고 서지 말라 등 다소 엄격한 규칙들이 있었는데, 장진 감독님 연극은 자유롭게 등을 보이면서 연기도 하고, 제약이 없는 것 같아서 굉장히 해 보고 싶었어요. 신선 그 자체였죠. 그런 분과 시간이 흘러서 같이 만나서 작품을 하는 기회가 생기다니, 정말 놀랍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도 느꼈는데 천상 이야기꾼이세요.
장진표 코미디에서 본격 코믹 연기에 도전한 그다. "웃음도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
"코믹 연기에는 톤을 잡기가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연출가가 웃으면 땡큐, 안 웃으면 그냥 흘러가는 데 가장 좋다고 얘기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웃기려고 했는데 안 웃으면 낭패죠. 상황 안에서 코미디가 나오면 좋고, 안 웃으면 그냥 흘러가는 게 좋은 코미디인 것 같습니다."
#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실제 형제관계를 묻자 남동생 한 명, 여동생 한 명이 있다는 그는 영화를 보며 어른이 돼 있는 지금의 형제 모습이 아닌, 어릴 때 함께 손잡고 길을 걷고 싸우고 귀여웠던 동생의 모습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 남동생과 많이 싸웠냐고 묻자 돌아온 그의 대답. "어렸을 때요? 장난 치고 목조르기 하다가 동생이 뇌진탕으로 쓰러진 적도 있어요."
그런가하면 그가 연기한 하연은 굿을 하는 무속인이다. 연기를 위해 직접 무속인을 만나보기도.
"저를 보시더니 '우리쪽 사람인데?' 이러시더라고요. 하하. 하시는 모습들이 원초적인 연기의 모습과 닮았어요. 신내림을 받아서 애기신 말투로 바뀌셔서 말씀을 하시는데, 마치 재미있는 공연을 보는 것 같았어요. 악기도 잘 다루고 노래도 잘 하고, (굿이)한 바탕 노는 거죠. 배우들이 연기할 때 처럼, 뭔가 빙의된 듯 눈물도 흘리고 막 사람을 어루만지고, '그래 얼마나 힘들었노' 이러면서 두시더라고요. 우리는 그걸 보면서 같이 울고 그런 문화죠."
본인에게 무슨 말을 들려주더냐, 고 묻자 김성균은 다소 쑥스러운 듯 "인생 중반부터 잘 풀리기 시작한다고 하고 별 말씀이 없으셨다"라며 말을 아꼈다.
# '꽃청춘' 이렇게 배 아플수가
tvN '응답하라 1994'에 함께 출연했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B1A4)가 '꽃보다 청춘 in 라오스'에 출연한 이야기가 나오자 "배 아파 죽을 뻔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라오스가 자기들 고향도 아니고 자랑을 그렇게하더라. 술 자리가 있다고 불러서 나갔더니 '꽃청춘' 뒷풀이였다. 그 여행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더라"며 씁쓸해했다.
"굉장히 신났었을 거 같다. 방송에 나온 실제 성격 그대로다. 연석은 부지런하고 이것저것 굉장히 뭐를 많이 열심히 한다. 호준이 역시 그 모습 그대로고, 바로는 애가 어린데 정말 생각이 깊다. 다들 어른스럽고 굉장히 건강한 친구들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는 스릴러 영화 '살인 의뢰'를 촬영 중이였기 때문. 김성균은 "'꽃청춘'이 몰카 형식으로 떠나지 않나. 나는 그 때 굉장히 비운의 남자 캐릭터를 하면서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너 섭외가 하나 들어왔는데 여행가는 거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갈 수 없다고 했다. 알고보니 그것이 '꽃청춘'이였다"라고 섭외 과정의 비화를 들려줬다.
만약 '꽃보다 청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갔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니 "당시 (캐릭터 말고)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잘 모르겠지만 못 갔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라고 칭찬하자 그는 다소 쑥스러워 하며 "지금은 간다!"라고 대답, 특유의 유쾌함을 드러냈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VIP 시사회에 참석했던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가 영화를 보고 어떤 평을 했냐고 물었다. 이에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 단체 카톡방이 있다. PD님이 '나는 장진 감독님 영화는 다 재미있어. 배우들도 존재감이 있고 연기를 잘 했어. 그런데 성균이 너무 못생겼더라'고 말하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 '아빠' 김성균
삼천포로 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요새 만나는 사람들은 다시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이야기를 꺼낸다고. 그 만큼 적어도 영화계에서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단발머리의 강렬함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힘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증명서 내 이름 아래 써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물론 자기 만족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것.
김성균은 아내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애들이 요즘 파워레인저에 꽂혀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아들이 둘이다 보니 꼭두 개를 사줘야 한다. 아니면 난리가 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아예 안 사 줄까란 생각도 했는데, 놀이터 가서 친구들이 들고 다니는 걸 보고 침을 줄줄 흘린다. 그런 걸 보면 안 사줄 수가 없다"고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들의 파워레인저가 일의 원동력인가"라고 말하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웃어보였다.
그간 조직 보스의 오른팔(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대학생(응답하라 1994), 살인마(이웃사람), 민초(군도:민란의 시대), 무속인(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김성균은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역할로도 '아빠'를 꼽았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내가 이것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 저도 궁금해요. 도전하고 싶지만 극단적인 변신으로 이미지를 바꾸겠단 마음은 아니예요.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노안인 아저씨입니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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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