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원작 리메이크, '양날의 검'을 기억하라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0.26 14: 16

유명 원작을 앞세운 작품들이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응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 호평을 받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는 작품도 있다. 이제 막 시작해 아직 성적을 논하기 어려운 이 작품들은 원작이 주는 후광과 걸림돌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역시 리메이크 작품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주원-심은경 주연의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다.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유독 시청자들의 관여도가 높았던 이 드라마는 일본 원작이 워낙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탓에 기대감만큼 우려도 높았던 작품.
‘내일도 칸타빌레’의 원작은 ‘노다메 칸타빌레’로 독특한 4차원의 피아노 천재 노다 메구미와 그의 짝사랑 상대이자 지휘자를 꿈꾸는 천재 선배 치아키 신이치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에서 동명의 만화로 인기를 얻은 후 일본 후지TV에서 우에노 주리-타마키 히로시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돼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공식-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국내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는 소식이 들려지자 떠들썩한 관심을 받았다.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일단, 호평보다는 아쉬운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 심은경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평가가 있다. 그 원인이 연출과 대본 등에 있다는 데 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 만화적인 재미가 살아있었던 일본 드라마에 비해 국내 드라마는 연출 방식이 너무 정극이라 홀로 독특한 설내일이 ‘8세 지능의 어린아이’로 그려지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클래식 음악의 활용이 일본 드라마보다 떨어지고, 싱크로 역시 잘 맞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뛰어난 원작에도 불구 비교적 선방을 하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tvN 금토드라마 ‘미생’과 월화드라마 ‘라이어게임’이 그 예.
물론 ‘미생’은 국내 만화를 드라마화 해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를 최대한 반영한 작품이란 점에서 ‘내일도 칸다빌레’와 절대 비교가 불가하다. 그러나 원작의 팬으로부터도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원작 리메이크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을 만 하다. ‘라이어게임’ 역시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가 있음에도 몇 가지 요소를 과감하게 한국 스타일로 바꾸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
이처럼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 제작이 지닌 ‘양날의 검’ 때문이다. 보통 유명 원작이 있는 경우, 원작의 성공으로 인해 기획이나 투자의 차원에서 선택은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쉽다. 잘만 만들면 원작 팬들을 끌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보지 않은 이들까지도 수용하며 성공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동시에 ‘원작과의 비교’라는 부담스러운 과정이 발목을 잡는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유명한 원작을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다. 비교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같은 비교는 아마 한 작품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일이 지닌 '양날의 검'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연출밖에 없다. 원작의 핵심적인 특징 및 장점을 잘 이어받으면서도 리메이크작만의 신선한 색깔 혹은 장점이 있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eujenej@osen.co.kr
'내일도 칸타빌레', '닥터 프로스트', '라이어게임', '미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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