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의 몽땅연필]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이하 칸타빌레)와 tvN 금토드라마 '미생'. 두 작품 모두 만화 혹은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로 제작됐다. 하지만 두 작품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한쪽은 호평 일색인데 비해 한쪽은 의견이 엇갈린다. '미생'이 '칸타빌레' 보다 준비 기간이 길었다는 점, '칸타빌레'는 원작 외에도 완성도 높은 일본판 드라마라는 비교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볼 수 있다.
◇ 만찢남 vs 8세 지능
원작이 있는 작품들은 흔히 모 아니면 도라고 한다. 원작을 뛰어넘는 역작으로 평가되거나, 원작에 크게 못미치는 망작으로 남는다. '미생'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 긍정적이다. 임시완은 처연한 눈빛에 허름한 양복으로 사연 많은 사회초년생 장그래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임시완이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면, 이성민 강소라는 드라마에 맞게 다듬어진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화 '더테러라이브'(2013)의 범인 목소리로 유명한 김대명은 애드리브인지 각본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안긴다.

'칸타빌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다소 다르다. 연기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극 전반 분위기와 주요 캐릭터를 조화시키지 못한 연출과 대본의 탓이다. 일본판 드라마는 빈번한 효과음, 과장된 표정과 리액션 등 만화적 연출이 돋보인다. 국내판은 정극에 가깝다. 괴짜라는 여주인공의 설정만 그대로다. 다만 온라인 은어를 사용하는 '8세 지능의 인물'으로 그려진다. 어느 순간 여주인공 설내일(심은경)이 과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이 맞는지 의구심을 생긴다.
◇ 원작, 어떻게 차용했나
제목부터 바둑 용어인 웹툰 '미생'은 바둑에 밀착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드라마에선 장그래가 바둑기사를 준비하던 과거 신이 등장했을 뿐, 바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원작의 정서는 그대로다. 을로 살아가는 직장인의 설움, 그 안에서의 미묘한 인간 관계 등이 공감가게끔 그려진다. 원작의 핵심적인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되 좀 더 극적이다. 원작을 만든 윤태호 작가는 방영 후 "드라마 '미생'은 보다 진해졌고 애잔함의 울림이 더 커진 것 같다"고 시청 소감을 밝혔다.
'칸타빌레'는 원작이나 일본판 드라마의 구성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노다메는 치아키를 응원하기 위해 몽구스 인형 탈을 쓰고, 설내일은 차유진(주원)을 위해 강아지 인형 옷을 입는다. 하지만 '이상하지만 사랑스럽다'는 노다메의 느낌을 설내일은 주지 못했다. 똑같은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원작의 묘미나 이해에 대한 결여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클래식으로, 일본판 드라마는 섬세하게 클래식 음악을 선곡하며 클래식에 진지하게 접근했다. 국내판에선 클래식이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 A4 용지 박스 뚜껑 vs 전쟁나도 괜찮은 참치캔
'미생'은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서울과 남양주 세트장 두 곳에서 실내 신을 촬영한다. 서울 촬영지에선 옥상 신이나 영업 1,2,3팀 장면을 찍는다. 영업 1,2,3팀 장면은 사무실 전체를 담은 남양주 세트장에서도 촬영할 수 있지만, 바깥 날씨나 석양 등을 함께 담을 땐 서울 촬영지에서 촬영한다. 두 곳 모두 실제 사무실을 옮겨놓은 듯하다. 각종 문서와 필기도구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실제 사무실에서 다용도로 활용되는 A4용지 박스의 뚜껑까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칸타빌레'의 과도한 간접광고(PPL)는 아쉬움을 남긴다. 주인공이 직접 사용법이나 특징을 설명하는 참치캔과 냉장고, 반복해 등장하는 외식 브랜드와 로고가 강조되는 패밀리 레스토랑 등이 그러하다. 원작과 달리 차유진 어머니(이아현)가 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설정도 카페 PPL를 위함이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PPL은 필요악이지만 부자연스럽게 삽입된 PPL 신은 종종 생뚱맞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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