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못 일어섰으면 방출될 수도 있었던 친구야.”
원종현(27, NC)은 24일 잠실구장이 뿜어내는 함성소리를 멎게 했다. 전광판에는 최고 구속 154km가 찍혔다. 중계방송 화면에는 155km로 나왔다. 7회 3구 만에 이병규(7번)를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흙속에 가려져있던 원석이 보석이 된 순간, 원종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규리그에서 중용됐던 원종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필승조로 힘을 냈다. 정규리그 73경기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찍었던 위용 그대로였다.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출장 중.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도중 “(원)종현이가 팀에 큰 힘이 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6년 LG에 입단했던 원종현은 올 시즌이 돼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최일언 코치의 지도가 한몫했다. 최 코치는 “(원)종현이를 시즌 초반에는 상당히 편안한 상황에서 내보냈다. 이기고 있어도 6,7점 이기고 있다든지 그럴 때 내보냈다”며 “중요한 것은 지고 있는 경기에 나가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 나가야 된다. 그게 자신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고 있을 때에는 아무나 잘 던질 수 있다. 점수 차이가 있어도 이기고 있을 때 던지면 선수가 경험을 쌓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원종현도 그랬고 홍성용도 그랬다. 거기서 잘 던지면 조금씩 점수 차이가 덜 날 때도 기용했다”고 원종현의 자신감을 키운 비결을 설명했다.
원종현의 생각은 어떨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원종현은 “1군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게 올 시즌 소득이다. 여유가 생겼다. 부담을 이겨내는 게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은 빨랐지만 제구가 들쑥날쑥했다”고 덧붙였다. 원종현은 1군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제구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 못 일어섰으면 방출될 수도 있었던 친구다”라며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서 기회를 잡았다. 감독으로서는 종현이가 이기는 경기서 해주니까 고맙다”고 칭찬한다. 지난 시즌 불안했던 불펜 문제를 원종현이 나타나 해결했다.
2006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 LG에 입단했던 원종현은 1군에 오르지 못했다. 경찰청 제대 후 2011년 전남 강진에서 열렸던 입단테스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2012시즌과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서만 뛰었던 원종현은 NC 입단 3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던 날 김 감독은 “이름 있는 선수들이 잘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이 잘 해낼 때 정말 보람된다. 이 선수들이 기회를 잡아서 잘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는 원종현도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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