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39세, 35세 베테랑들의 월드시리즈 데뷔전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10.25 11: 35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베테랑의 데뷔전'.
형용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25일(이하 한국시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 마운드에 오른 두 선발 투수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발 팀 허드슨. 39세. 메이저리그 경력 16년. 캔자스시티 로얄즈 선발 제레미 거스리. 35세. 메이저리그 경력 11년.

이만하면 삶에서도 장년기로 들어가는 나이고 야구선수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력이다. 하지만 둘은 이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미국식으로 따져서 39세 102일인 허드슨은 45세 342일에 2008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 나섰던 제이미 모이어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사상 2번째 고령 선발 투수다.
경기 전 둘에게 공동적으로 던져진 질문이 바로 ‘월드시리즈 무대는 다를 텐데…’ 하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는 염려였으나 둘은 “오랜 선수생활 끝에 이런 무대에 서는 기회를 잡게 돼 안심되는 면이 있다(허드슨)”던가 “조기교체 당하지 않으려면 무실점으로 막아야 된다(거스리)”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1회 초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첫 볼을 던지고 난 뒤 허드슨은 그야말로 쓴 웃음을 지었다. 캔자스시티 알시데스 에스코바를 향해 던진 91마일짜리 높은 직구(포심 패스트볼)이 2루타가 됐기 때문이었다. 놔두었으면 볼일 정도로 높은 직구였는데 에스코바의 배트가 돌았고 타구는 좌측 펜스 하단에 맞았다.
이게 빌미가 돼 한 점을 먼저 내준 허드슨은 2회에는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마이크 모스타카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오마 인판테에게 볼 넷을 내줬다. 하지만 살바도 페레스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제러드 다이슨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포수 버스터 포지가 타임을 부른 뒤 마운드에 올랐을 때 상기됐던 허드슨의 표정도 위기를 넘긴 뒤에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갔다.
실점과정이나 위기에서 특히 2회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에서 허드슨이 지킨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볼을 던진 것이다. 에스코바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을 당시 허드슨이 던진 포심패스트볼은 사실 자신의  볼이 아니다. 허드슨은 싱커볼 투수다. 뿐만 아니라 커터, 스플리터에 아주 가끔 던지는 커브까지 모두 떨어지는 볼을 갖고 있다. 땅볼 유도를 통해 상대 타선을 막는 투수인 셈이다.
사실 에스코바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허드슨은 심지어 2회 무사 1루에서 볼 넷을 내줄 때도 떨어지는 구질을 고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페이스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성공했다.
3회 이후 5회까지 연속 삼자 범퇴로 캔자스시티 타선을 막아내며 선발 투수의 기본 임무를 해냈다. 하지만 6회 1사 후 에스코바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알렉스 고든에게 중견수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맞고 추가점을 내줬다. 허드슨은 로렌조 케인을 3루 땅볼로 아웃시킨 후 하비에르 로페스와 교체됐다. (로페스가 에릭 호스머에게 적시타를 맞아 허드슨은 3실점을 기록했다)
 ‘내 볼을 던진다’는 면에서는 거스리 역시 칭찬을 받을 만 했다. 이날 우익수로 자리를 옮겨 선발 출장한 로렌조 케인의 호수비 2개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막아낸 것은 실투가 없던 제구력이었다. 직구(직구 중에 싱커도 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골고루 섞어 던지면서도 투구 하나하나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경기 중반 이후 까지 한 번도 ‘저런 볼을 왜 던질까’하는 공이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말대로  5회까지 상대방에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거스리에게도 3-0으로 앞선 6회에 위기가 왔다. 선두 타자 브랜든 크로포드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대타 마이클 모스에게 좌익수 옆으로 가는 적시 2루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준 다음 케빈 에레라로 교체됐다. (에레라 역시 1사 2,3루에서 버스터 포지에게 2루 땅볼을 내줘 모스가 홈인, 거스리의 실점도 2점이 됐다)
허드슨은 5.2이닝 동안 4피안타 볼넷 1개 3실점(3자책점)을, 거스리는 5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2자책점)을 자신의 월드시리즈 첫 성적표로 남겼다. 투구수는 허드슨이 76개(스트라이크 50개), 거스리가 77개(스트라이크 50개)였다.
둘 다 6회를 넘기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 치른 데뷔전임을 감안하면 나무랄 수 없는 투구였다. 오히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기억하고 그대로 적응시킨 경험이 돋보였다. 다만 세월은 이기지 못해 6회를 넘기지 못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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