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서 적으로’ 김태술과 양희종의 엇갈린 만남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25 15: 55

절친한 친구 두 명이 나란히 코트에 섰다. 하지만 이제는 유니폼 색깔이 서로 달랐다.
전주 KCC는 2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66-65로 물리쳤다. 3연승을 달린 KCC 4승 3패가 됐다. 반면 3연패를 당한 KGC(1승 6패)는 10위로 떨어졌다.  
비시즌 1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한 KGC와 KCC의 시즌 첫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자유계약신분(FA)이었던 김태술은 우선 KGC와 연봉 6억 2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장민국+강병현과 트레이드됐다. 보상제도를 피하기 위한 사인&트레이드였다. 김태술과 양희종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코트에서 적으로 만났다.

김태술과 양희종은 연세대시절부터 절친한 친구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하면서 잠시 팀이 갈렸지만, 2009년 주희정과의 트레이드로 김태술이 KGC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6년 동안 함께 희로애락을 맛봤다. 특히 2012년 박찬희, 오세근, 이정현 등과 함께 두 선수는 최강 동부를 꺾고 KGC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비시즌 두 선수는 나란히 자유계약신분을 얻었다. 어느덧 자신의 포지션에서 프로농구 최고선수가 돼있었다. 샐러리캡의 한계 때문에 두 선수를 모두 잡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력보강을 원했던 다른 팀에서 돈뭉치를 싸들고 두 선수 쟁탈전을 벌였다.
당초 두 선수는 돈보다 ‘의리’를 선택했다. 시장가격에 비해 몸값을 다소 낮추더라도 둘 다 KGC에 남을 생각이었다. 마음이 맞는 선수들과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상범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모든 것이 어긋났다. 결국 김태술은 떠났고, 양희종은 남았다.
두 선수가 마지막으로 함께 한 무대는 국가대표였다.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췄다. 당초 양희종이 하차를 고려할 때 잡아준 것도 김태술이었다. “우리가 언제 함께 하겠냐. 마지막으로 같이 뛰자”는 친구의 한마디가 양희종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두 선수는 얼싸안았다.
하지만 적으로 만난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두 선수 모두 우정을 잠시 접고 소속팀의 승리를 우선시했다. 김태술의 패스가 성공되자 양희종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 선수는 치열하게 루즈볼을 놓고 다투기도 했다.
승리는 종료 1분 25초를 남기고 결정적 스틸을 해낸 김태술(4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에게 돌아갔다. 패한 양희종(7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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