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가을 하늘 김경문 지고 양상문 떴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25 17: 48

2014 가을의 하늘을 비춘 달은 김경문이 아닌 양상문이었다.
대학 선후배 관계인 두 감독의 지략대결에서 후배가 이겼다. 양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2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김 감독의 NC 다이노스를 11-3으로 대파했다. 4위로 올라온 LG는 3승 1패로 플레이오프에 합류해 넥센 히어로즈와 맞붙는다.
LG가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과정은 ‘양상문 매직’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양 감독은 부임 이후 52승 1무 41패(승률 .559)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전체로 보면 5할 승률에 2승이 모자랐지만, LG의 승률은 시즌 막판 5할까지 치솟았다. SK와의 살 떨리는 4위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도 양 감독의 힘이었다.

부임 후 빠르게 마운드를 정비한 것이 팀을 반등시켰다. 시즌 중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에버렛 티포드가 부진했지만 부진했던 코리 리오단을 살려냈고, 신재웅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양 감독이 LG 유니폼을 입은 뒤부터 더욱 돋보였다. 베테랑이 대거 포진한 타선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각자 자신들의 평균 기록에 수렴해갔다.
고민이었던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는 준플레이오프에 들어와 히든카드로 변했다.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스나이더가 홈런을 2~3개 정도 쳐주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37경기에서 홈런이 4개에 불과했던 스나이더에게 기대하기 쉬운 수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스나이더는 NC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5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홈런은 양 감독의 구상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시리즈 MVP로도 손색이 없었다.
투수 전문가다운 양 감독의 혜안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더욱 빛을 발했다. NC가 투수교체 타이밍을 정확히 짚지 못하고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를 한 것이 선발투수들의 자책점 추가로 이어진 반면, LG는 선발부터 마무리 봉중근까지 가는 흐름이 비교적 매끄러웠다. LG는 4경기를 치르면서 NC에 단 13점만 허용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4차전의 라인업 선택도 적중했다. 3차전까지 공격의 흐름을 잘 이어주지 못하던 오지환 대신 7번 김용의를 2번에 배치한 것이 성공을 거뒀다. 7번으로 내려간 오지환도 7회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로 힘을 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던 LG는 올해 티포드가 빠졌다. 외국인 투수 1명 없이 3명의 외인 선발을 보유한 NC에 맞섰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승 3패가 아닌 3승 1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티포드의 부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리오단이 무너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 투수들이 마운드를 떠받쳤고, 양 감독은 말 한 마디로 스나이더를 바꿨다. 수비에서는 스파이더, 공격에서는 스나이퍼였다.
반면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이끈 김경문 감독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정규시즌 상위 팀과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는 모두 패하고, 하위 팀을 만나서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위 팀에게 패하는 ‘업셋’을 당했다. 김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과제를 남긴 가을이었다.
nick@osen.co.kr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