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행인데 참 달랐다.
2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400회 특집 2탄으로 멤버들간의 자유여행으로 꾸며졌는데, 자유여행인 만큼 멤버들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나 기존 방송과는 또 다른 묘미를 보여줬다.
콘셉트가 없는 만큼 멤버들의 실제 성격과 취향, 멤버간 관계가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효과가 있었다.

가장 '강했던' 건 박명수와 정준하의 조합이었다.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던 이들은 '중년' 커플답게 먹방으로 단결했다. 서해안 주꾸미 낚시와 먹방, 아저씨 다운 코스였지만 역시나 실패 확률이 제일 적었다.
정준하는 낚시에 큰 자질을 보였다. 그는 초반부터 주꾸미를 낚아 올리며 온 얼굴에 주꾸미를 붙인채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먹방을 선보였다. 유독 주꾸미와 인연이 없었던 박명수는 뒤늦게 낚시에 성공하고는 "왜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낚시를 하러다니는지 알겠다"며 신나했다.
인근 식당에서 주꾸미 샤브샤브를 먹는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이들은 쉬지 않고 주꾸미를 '흡입'하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식당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금새 또 티격태격하며 성격차를 드러냈다. 박명수는 피곤했고, 정준하는 달을 보고 신난 것. 노래방을 가자는 정준하와 재미없다는 박명수는 계속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정준하는 따라나선 박명수는 깊은 얘기도 나눴다. 결국 노래방도 더 신나했다. 매번 투덜대지만 막상 닥치면 신나하는 성격이 나왔다.
정준하와 바닷가 산책에 나선 박명수는 물빠진 바닷가를 바라보며 "우리도 언젠가 물빠질 수도 있다"고 장난인 듯 속마음을 털어놨다.정준하는 어이없다는 듯 "작년에 물 빠졌다고 빨리 그만두자고 했으면서"라고 답했다. 이에 박명수는 "안 그만둘 거다"라며 "사람의 생각이란 바뀌는 거지. 시간이 주어질 때까지 계속 해야지"라며 은퇴 의사를 번복했다. 이어 그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년까지는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노홍철과 하하는 '글로벌'하게 놀았다. 이들은 이태원으로 향해서 외국인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애니였다. 노홍철이 무심결에 짝사랑 상대로 고백해 화제를 불러모은 애니가 직접 출연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그는 애정 표현을 하는 노홍철에게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표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고백데이에 노홍철이 만나자고 해서 '왜'라고 물어봤더니, '그냥'이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가 노홍철을 안다. 남자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 그는 '나는 너를 믿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 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홍철에게 정말 마음이 없냐는 하하의 질문에 "그렇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태원 게스트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해외에서 온 청년들과 밤시간을 보내고는 숙소에 누웠다가 다시 엘피바로 놀러가는 혈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유재석과 정형돈의 여행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성격도 맞지 않았고, 코스도 한참 헤맸다. 고속도로 위만 계속 달리다 여주로 향해 곤충 박물관으로 향한 두 사람은 거미를 보고 혼비백산했고, 자전거를 타다 또 차만 계속 타고 이동했다. 정형돈은 "이렇게 방송을 해도 되는거냐"고 걱정을 할 정도.
깊은 산속 산장에 향한 두 사람은 '무한도전'과 관련한 고민을 나눴다. 정형돈은 "'무한도전'은 조금 무서운 프로그램이다. 자부심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한 것도 있을 거 같고 유독 우리한테만 엄격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런 게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은 그에 대해 "어떻게 열개 중 열개가 다 좋나. 그런 인생은 없다. 한개는 안좋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시간 가는 게 아깝다. 언제부터인기 모르겠지만 이게 너무너무 재밌는 거 같다. 명수형은 잘되니까 재밌지 라고 하는데 난 다른 사람들이 너무 웃기니까 재밌고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되냐고 하는데 난 그게 걱정 안된다. 어떡하면 재미있을까 그게 고민이다"고 말했다. 참 긍정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스타일이 정말 달랐다. 이만 닦고 자겠다는 정형돈과 또 샤워를 해야 한다는 유재석은 매순간 부딪히며 성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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