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 400회 특집을 맞아 멤버들의 자유여행으로 적나라한 실제 모습을 보여줬다.
성격이 다른 성인들끼리 함께 일을 하는데 갈등이 없다면 거짓말. 지난 25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도왔다.
특히 '중년 커플' 박명수와 정준하는 절대 친구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주꾸미 먹방으로 '천국'을 맛본 것도 잠시, 피곤해하는 박명수와 조금 더 놀고 싶어 하는 정준하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러나 박명수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결국 자기가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노래방에서 이들이 보여주던 단결은 울림이 컸다. 박명수는 정준하와 함께 옛날 노래를 들으며, 예전에 놀던 스타일을 재현하고 향수에 젖었다. 그는 "어렸던 것 같은데 벌써 머리가 벗겨졌다. 나중에 애들 고등학교 갈 때 너랑 노래 불러야지. 옛날 생각하면서"라며 정준하에게 애정을 표했다.
이어 그는 "아까 노래 부를 때 마음으로 솔직히 울었다. 공감해주는 네가 고마웠다"며 숨겨왔던 속마음을 고백했다. 박명수는 정준하와 친구를 하기 싫다며 툴툴댔었지만 결국 자기가 먼저 '친구'라고 부르며 향수와 공감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
유재석과 정형돈도 성격이 안맞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유부단한 유재석과 지루함을 잘 느끼는 정형돈은 여행 코스를 짜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종일 차안에 있다시피 하다 산장에 도착했지만 이만 닦겠다는 정형돈과 샤워까지 해야 한다는 유재석은 또 한번 부딪혔다.
박명수, 정준하에게 향수로 인한 공감이 있다면 이 두사람에게는 '무한도전'으로 인한 고민이 있었다. '무한도전'을 둘러싼 깊은 고민이 드러났다. 정형돈은 "'무한도전'은 조금 무서운 프로그램이다. 자부심도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한 것도 있을 거 같고 유독 우리한테만 엄격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런 게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은 그에 대해 "어떻게 열개 중 열개가 다 좋나. 그런 인생은 없다. 한개는 안좋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시간 가는 게 아깝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이게 너무너무 재밌는 거 같다. 명수형은 잘되니까 재밌지 라고 하는데 난 다른 사람들이 너무 웃기니까 재밌고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되냐고 하는데 난 그게 걱정 안된다. 어떡하면 재미있을까 그게 고민이다"고 말했다.

성격이 달랐지만 고민과 공감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들은 동료와 친구의 경계선을 오가며 '무한도전' 특유의 패밀리십을 또 한번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티격태격하고, 가끔은 진심으로 짜증냈지만 그래서 더 '진짜'로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아무 콘셉트 없는 자유 여행으로도 400회 특집을 꾸밀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바로 이 '진짜' 민낯에서 비롯된 것일테다.
rinny@osen.co.kr
'무한도전'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