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9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다. 400회 특집을 맞아 함께 떠난 여행에서 멤버들은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며 또 한 번의 쉼표를 찍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언젠가 끝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과 아쉬움이 몰려오지만, 유재석의 말처럼 중요한 건 끝이 아니었다.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줬던 즐거움과 추억, 멤버들의 우정이 남아있는 한 고민은 있더라도 이 길을 계속될 것이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400회 특집 ‘비긴어게인’ 2탄으로 각자 선택된 파트너와 함께 자유 여행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이날 돋보였던 것은 자연인으로서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늘 ‘무한도전’ 안에서 특이한 개성을 부각시키며 다양한 미션으로 생고생을 해왔던 멤버들은 이날만큼은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지난 방송에서 박명수의 제안으로 내키지 않는 쭈꾸미 낚시에 나서게 된 정준하는 곧 낚시의 재미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 방송 안에서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멤버로서의 정이 듬뿍 느껴졌다.
낚시에 이어 식사를 하는 두 사람은 연신 “인생에서 최고 즐거웠다”는 연발하며 해복해 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식당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금방 또 성격차를 드러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이 난 정준하가 피곤해하는 박명수에게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한 것. 결국 정준하를 따라나선 박명수는 예상과 달리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반전을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준하와 바닷가 산책에 나선 박명수는 물이 빠진 바닷가를 바라보며 "우리도 언젠가 물빠질 수도 있다"고 마음을 비쳤다. 정준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작년에 물 빠졌다고 빨리 그만두자고 했으면서"라고 답했고 박명수는 "안 그만둘 거다"라며 "사람의 생각이란 바뀌는 거지. 시간이 주어질 때까지 계속 해야지"라며 은퇴 의사를 번복해 웃음을 줬다.
유재석-정형돈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다소 피곤함을 느끼는 기색이었다. 조용한 곳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고속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특히 국민 MC 유재석을 향한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은 대단했다. 때문에 그런 유재석을 위해 정형돈은 가장 조용할만한 곳을 찾아냈다.
강원도 한 산골의 숙소에 도착한 유재석과 정형돈은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에도 지는 노을을 보며 “노을지는 게 ‘무한도전’이 아닐까 싶다. 시간으로 따지면”이라고 프로그램의 끝에 대해 고민했던 정형돈이었다. 그런 정형돈에게 유재석은 “‘무한도전’은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이 일이 재밌어졌던 적이 있는 거 같다”며 “솔직히 말하면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게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 그게 고민이다”라고 리더다운 생각을 밝혔다.
요즘 들어 부쩍 연애와 결혼, 육아 등에 관심을 보이는 노홍철은 자신의 짝사랑 상대 애니를 친구 하하에게 소개시켜줬다. 비록 그의 사랑은 애니의 단호한 거절로 인해 우정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곁을 지켜주는 친구 하하가 있어 보기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한도전' 멤버들의 마음에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함과 아쉬움이 밀려오는 듯 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이는 리더 유재석의 말처럼, 언제나 그랬듯 '무한도전'만의 유쾌함과 즐거움을 지켜나간다면 끝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아직 '무한도전'을 보낼 마음이 없다. 쉼표는 마침표가 아닌 것처럼 다시 한 번 쉼표를 찍고 끝없는 도전에 나설 '무한도전'의 내일이 또 한 번 기대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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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