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타격왕’ 이명기, 완전체 리드오프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26 13: 00

“목표를 가지고 갑니다. 머리도 짧게 잘랐어요”
이명기(27, SK)는 26일부터 시작되는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를 앞두고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다. 한 달 이상을 집을 떠나있어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이명기의 목소리에는 각오와 설렘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는 올 시즌 후반기 기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약점을 보완해 좀 더 완전한 선수로 발전하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SK의 미래 중 하나로 떠오른 이명기가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인다.
비록 4강 진입에 실패하며 또 한 번의 아쉬움을 남긴 SK였지만 희망은 봤다. 특히 야수들의 세대교체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하나의 위안은 남길 수 있었다. 그 중 빛난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이명기였다.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돌아온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명기는 지난해 중반 당한 발목 부상의 큰 아픔을 털고 올해 후반기 맹활약을 펼쳤다. SK의 차세대 리드오프로 완전히 공인받을 법한 강한 인상이었다.

기록만 봐도 이명기의 가파른 성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발목 부상을 당할 때까지 첫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을 기록한 이명기는 올 시즌 8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 출루율 4할1푼4리, 장타율 4할7푼을 찍으며 지난해보다 훨씬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 비록 규정타석을 진입하지 못한 기록이지만 후반기만 놓고 보면 최고 타자 중 하나였다. 이명기는 후반기 41경기에서 타율 4할1푼3리를 기록, 이대형(KIA, .406)을 제치고 후반기 타격 1위에 올랐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03에 이르렀다. 이 중에는 역대 공동 3위 기록인 28경기 연속 안타의 대업도 있었다.
지난해 당한 발목 부상 여파로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명기는 “차라리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처음에 부상을 당한) 지난해보다는 낫다고 본다”라고 위안을 삼았다. 올 시즌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린 만큼 얻은 것이 적지는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창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을 1·2월에 팀의 스프링캠프에서 벗어나 재활캠프에 임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분명 만족할 만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만족은 없다. 아직은 보완할 것이 산적해있다고 스스로를 진단한다. 타격 맹활약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 감이 좋을 때 출전한 점이 있었다”라고 겸손해했다. 28경기 연속 안타 때도 운이 좋아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명기다. 도루 개수도 불만족스러웠다. 시즌 중반 두 자릿수 도루를 목표로 세웠지만 8개에 그쳤다. 사인이 많이 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실패도 적지 않았다고 돌아보는 이명기다.
무엇보다 보완점으로 지적된 수비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명기는 “타석에서는 10번 나가도 3번만 치면 된다. 이승엽 선배와 같은 대스타들도 기회 때 항상 안타를 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라면서도 “수비는 100%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 번의 실수가 팀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부담이 되더라.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라고 냉정히 자신을 돌아봤다.
그래서 이번 마무리캠프의 목표를 크게 잡았다. 수비, 도루 스타트,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수비와 도루는 이명기가 ‘완전체 리드오프’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수비는 일단 많이 나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이다. 이명기는 “선배님들이 수비는 다들 나가다보면 당연히 좋아지는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인 만큼 경험을 많이 쌓겠다”라고 다짐했다.
여기에 힘을 키운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몸집을 크게 한다기보다는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중장거리포를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컨택 능력에서는 이미 검증이 된 선수인 만큼 이런 과제들까지 차분하게 해결할 경우 이명기는 다음 시즌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해도 부족함이 없는 자원이다. 그런 이명기가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한 달간의 특별 훈련에 돌입한다. 무언가를 얻어 귀국할 수 있다면, SK의 미래도 한층 밝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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