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가 ‘물귀신 작전’에 실패했다.
성남은 26일 오후 2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울산 현대에게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3-1로 앞서던 성남은 후반 12분 동안 세 골을 실점하며 믿기 어려운 패배를 당했다.
상위와 하위의 스플릿이 나뉘는 결전의 시간이었다. 경기 전 울산과 전남은 나란히 승점 44점을 달렸다. 골득실에서 앞선 울산이 성남을 이기면 전남전 결과와 상관없이 상위 스플릿이 확정됐다. 두 팀이 나란히 비겨도 골득실 +4의 울산이 -5의 전남을 누르고 올라간다. 반면 울산이 패하고 전남이 인천을 잡으면 전남이 상위로 가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 최근 4경기 맞대결에서 성남이 3승 1무로 앞서 있었다.

경기 전 조민국 감독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한 해 농사가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경우 감독직까지 위태로운 상황. 조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남 스코어를 보겠냐는 질문에 “옆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인천이 8년 동안 전남한테 안 졌다. 은근히 그런 것이 들어맞는다. 인천이 비겨만 주길 바란다”면서 웃었다.
이어 조 감독은 “성남이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다. 지든 이기든 화끈하게 붙어보고 싶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지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조 감독의 마음 속에 있을 수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김학범 성남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어차피 하위 스플릿으로 가니 마음 편하게 붙겠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우리가 더 급하다. 우리는 강등이냐 아니냐다. 수비에 전념하거나 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하겠다. 울산이 경기력 기복이 심하다. 해봐야 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울산은 전반 37분 따르따가 선제골을 넣었다. 울산이 이기면 경우의 수가 다 필요 없는 상황. 양 팀 선수들은 하프타임 전남 대 인천이 1-1로 비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후반전에 임했다. 수세에 몰렸던 성남은 후반 3분 김태환의 극적인 동점포가 터졌다.
기세가 오른 성남은 후반 10분 김동희와 김동섭이 2 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 앞으로 돌진했다. 울산의 파울이 나오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제파로프는 가볍게 파넨카킥으로 역전골을 뽑았다.
성남은 후반 22분 제파로프-김동희-김동섭의 삼각패스에 이은 김동섭의 세 번째 골까지 터졌다. 남은 20여분 동안 울산이 승부를 뒤집기란 매우 힘들었다. 인천이 전남을 잡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간에 인천은 문상윤이 두 번째 골을 뽑아 2-1로 앞섰다. 성남은 김동섭의 추가골까지 터져 3-1로 리드했다.
하지만 울산은 후반전 단 12분 동안 이호, 양동현, 박동혁의 연속 세골이 터져 나왔다. 결국 울산은 전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다. 올라갈 자격이 충분한 명승부였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