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밀실 아웃 사건' 편은 '런닝맨'의 비기를 모은 흥미로운 한 판 승부였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런닝맨'은 게스트 오연서, 김지훈, 정은지(에이핑크)가 출연해 '밀실 아웃 사건'으로 꾸며졌다. 이날 '밀실 아웃 사건'은 특별했다. 미션이 몇 번 이어지고, 마지막 레이스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이야기를 밑바탕으로 그 안에 반전과 배신의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런닝맨'이 선보였던 여러 방식 가운데 가장 시청자들의 호응을 크게 얻었던 요소들을 모두 모아 놓은 것이 '밀실 아웃 사건'이었다.
먼저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밀실 아웃 사건'은 마치 추리 소설을 풀어놓은 것처럼, 알 수 없는 범인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이를 풀어나가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 가운데 멤버들이 하나둘씩 범인에 의해 제거됐다. 범인의 정체에 대한 단서는 알 듯, 모를 듯 조금씩 제시됐다. 이 덕분에 시청자들은 예능임에도 스릴러와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런닝맨'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과도 같다. 멤버 각자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다든가, 지구를 지키라는 미션을 제시하는 등의 스토리텔링은 '런닝맨'만의 특기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유치하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런닝맨'을 더욱 깊게 몰입토록 하는 것은 이 스토리 텔링 덕분이다.
스토리텔링을 전체 그림으로 깔아 놓은 뒤 반전이 가미됐다. 이날 반전의 주인공은 바로 범인 역을 맡은 김종국과 마지막 김종국을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된 이광수였다. 김종국은 시청자들도 잘 알지 못하게 철저히 멤버들을 하나씩 아웃시켰다. 김종국과 이광수 둘의 대결이 된 마지막, 찰나의 기회로 김종국을 신고한 이광수의 재치는 '런닝맨'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영화로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은 제작진의 쫄깃한 편집이 있었기에 더욱 돋보였다. 김종국을 범인으로 가리키는 증거를 풀며 동요 '산중호걸'이 등장, 이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장면에서는 웬만한 스릴러 영화 뺨치는 긴장감이 조성됐다. 이 뿐 아니라, 김종국의 정체를 시청자들에게도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한꺼번에 공개하는 구성은 '런닝맨' 특유의 반전 재미를 배가시켰다.
'런닝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멤버들의 변화가 없었고, 일정한 포맷 또한 변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런닝맨'이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 이번 '밀실 아웃 사건' 편은 '런닝맨'의 이 같은 정체성이 잘 드러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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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방송화면 캡처.